지난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때맞춰 종합주가지수도 600선을 넘었으니 이제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일까. 공교롭게도 같은 주에 발표된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이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올 상반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6.9%로 지난 9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즉 이자보상배율이 1에도 못미치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30%를 넘는다. 기업의 수익성이 이래서는 위기극복을 낙관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97년 말 4백%에 가깝던 부채비율은 2001년 2백% 이하로 크게 떨어졌지만 이자보상배율은 1 부근에 머물고 있다. 그간 기업들이 부채 상환을 하기보다 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낮춰 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부채비율 2백%가 부실기업의 판정기준이 되자 기업들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본의 장부가격을 부풀렸다. 99년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이 과정을 통해 '부채비율'은 낮아졌지만 '부채총액'은 감소하지 않았기에 이자부담과 이자보상배율은 개선될 수 없었다. 기업의 파산위험을 줄이고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낮은 우리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채비율'보다 '부채총액'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우리가 추진해온 기업.금융구조조정은 '부채'를 '부채'로 바꾸는데 치중했다. 시너지 효과를 핑계로 도입한 빅딜은 부실기업의 부채를 인수기업의 부채로 옮겨놨을 뿐이다. 98년초 은행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 빚을 갚았다. 대우사태 이후 회사채 만기연장이 어려워지자 이번에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묶어 선순위채.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다양한 구조조정이 추진됐지만 부채형태만 바뀌었을 뿐 부채총액은 줄지 않은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근본적인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파산위험을 줄여야한다. 회사채 중에서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같은 주식형 사채 발행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차입경영으로 돌아가려는 기업은 징계하고 헐값에라도 자산을 매각해 회생에 힘쓰는 기업은 도와 주어야 한다. 기관투자자들도 채권만 사려는 보수적 태도에서 벗어나 위험투자 비중을 늘릴 때 부채의 주식 전환이 가능해진다. 우수한 해외기업을 국내로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 기업의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우리 기업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 현지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직접투자는 종속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해외직접투자를 꺼린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타난다. 외국인 주주와 이윤은 나눠 가지면서 직접투자의 장점인 고용 창출과 선진기술 이전의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핫머니 성격을 가진 외채와 주식투자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할 때다.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 rhee5@plaza.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