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와 관련해 최근 몇가지 의미 있는 흐름이 잡히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생명공학분야 선진국 대학들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든지,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에 민관 합동으로 바이오밸리를 추진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혁신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곳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신기술 산업의 특성상 너무나 당연하다. 더욱이 바이오 분야의 경우 규제기관의 허가라는 관문까지 통과해야 하는 이상 현지투자는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바이오 분야의 경쟁 패러다임 측면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 분야의 파운틴(J E Fountain) 교수는 일찍이 바이오의 경쟁양상을 독특한 논리로 설명한 적이 있다. 그녀는 파트너십 컨소시엄 네트워크,그리고 신뢰와 협력을 총칭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주목했다. 미국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분석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혁신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표적 산업이 바로 바이오라고 단언한 것이다. 이런 결론은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전략에 의미 있는 통찰력을 제공했다. 바이오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전략적 동맹이나 투자 분담 또는 거래비용 감소라는 차원보다는 지식의 범위가 넓고 분산돼 있는 만큼 필요한 지식에 접근하려는 근원적인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 이런 협력이 기업간 경쟁을 감소시킨다기보다는 경쟁의 특성을 변화시킬 것임을 예고했다. 즉,개별적인 기업간이 아니라 기업의 네트워크간에서 경쟁이 전개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은 이를 뒷받침한다. 지금 선진국 바이오기업들의 화두는 'R&D'에서 'C&D'로 옮겨가고 있다. 연구를 안하자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산재한 연구들을 '연결(Connect)'하자는 것이다. 대학이 바이오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이 됐다는 것도 그렇다. 미국 대학들의 기술료 수입의 상당부분은 이미 바이오에서 창출되고 있고,이는 다시 바이오 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적어도 두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바이오 경쟁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이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최소한의 자생적 발전과 해외투자 유치를 도모하려면 대학의 연구능력과 개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