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14일(이하 현지시간) 4차 각료회담의일정을 하루 넘겨 막판 조율을 벌인 끝에 극적인 합의에 도달해 뉴라운드를 공식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 각료회담은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된 각료 선언문 최종안을 놓고 특히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던 농업보조금 삭감과 환경협상 착수, 그리고 반덤핑규정 손질 등의 문제에서 주요 이해 당사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및 인도 등이 조건부 양보키로 결정해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농업보조금의 경우 "점진적으로 없앤다(phasing out)"는 문구는 유지하되 "향후협상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without prejudging the outcome of the negotiations)"는 부분을 넣기로 했다. EU는 농업보조금 폐지에 특히 강하게 반발해왔다. 대신 뉴라운드 협상에서 환경의 일부 부문을 다뤄야 한다는 EU의 입장을 개도국들이 수용키로 했다. EU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교토의정서와 WTO 협상을 연계시키는부분을 명백히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또 환경 문제로 마찰이 생길 경우 어떤 규정이 먼저 적용돼야 하는지도 분명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막판 협상에 암운을 드리우기도 했다. 그러나 무라솔리 마란 인도 무역장관은 투자보호와 정부조달 투명성제고를 위한 규정마련 협상을 최소한 2년 늦춘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입장을 철회했다. 인도는 또 미국과 캐나다가 직물수입쿼터를 조기 폐지할 것도 요구했다. 회의소식통들은 그러나 이 문제가 WTO 산하위원회에서 추후 협의될 것이라는 설득에 따라 인도가 쿼터 조기폐지 요구도 철회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개도권이 반발해온 반덤핑 규정을 손질하기로 약속하는 조건으로 저가수출을 가능케하는 수출보조금 조항들도 개정될 것이라는 양보를 얻어냈다. 각료회담은 또 ▲그간의 무역협상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는 개도국의 주장을 수용하는 한편 ▲공중보건 위기시 의약특허권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도합의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지적재산권 및 투자.경쟁정책에서도 향후 협상 일정과내용들에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은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세계가 종종 분열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로버트 졸릭 미 무역대표도 "WTO가 전세계의 성장과 개발, 그리고 번영을 향한 강력한 신호를 보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의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위원은 "9.11 테러를 계기로 우리가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관측통들은 각료회담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테러로 가뜩이나 위축된 세계 경제에 "낙관을 불어넣었다"면서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농.공산품 및 서비스 부문의 관세를 낮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합의가 가능했던것이라고 풀이했다. (도하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