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한국에 장.단기적으로 '혼합된 축복(mixed blessing)'이 될 것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팀이 14일 전망했다. 이 연구소 유진석 수석연구원 등 4명의 분석팀은 중국의 WTO가입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수출 및 사업 기회의 증가가 호재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수 산업이 경쟁에서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에 따라 보완 관계보다는 경쟁 관계가 더욱 부각될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과 투자 부문에서는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고 중국의 정책 정비 및 신규 산업 개방으로 사업 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잠식돼 퇴출 산업이 발생하는가 하면 경쟁력이 떨어진 중국 현지 사업의 상당수가 도태되고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도 있다. 농업과 섬유, 의류, 신발, 완구산업은 중국의 저가 상품 수입이 늘고 중국산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제품은 디지털 등 분야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면서 대등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으며,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정보통신, 반도체 분야는 관세인하와 수요 급증 등의 영향으로 경쟁력이 일단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 경영자들의 전략과 산업 현장의 구체적 행동, 국민의식 개조 등을 국가가 뒷받침해야 하며 전통 제조업분야의 실업 증가와 농산물 수입확대 등에 따른 국가 차원의 지원도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업체들과 협력을 계속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남아지역의 역내 협력을 확대 과정에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유 연구원은 밝혔다. 즉 미국과 유럽의 앞선 기업들에 한국을 동북아시아 거점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대만, 홍콩 등 동남아 화교자본을 포함하는 중화 경제권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 자본을 유치하고 공동 개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중국 부상이 주는 기회와 위협을 정면 돌파한다는 마음으로 현지 시장조사와 영업력 강화, 중국 전문가 육성, 중국 정부 및 국영기업과 협력 강화 등 진출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