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고 황금상권인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도 지난 10월부터 미국 테러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불황 무풍지대로 불려온 로데오거리에도 소비심리 위축 분위기가 완연하다.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로데오거리의 유명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변호사 의사 외국계 기업 종사자 등 고소득 단골고객들이 몰려들어 불야성을 이뤘고 언론의 경기 침체 보도를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주말 저녁에도 자리가 차지 않는 업소들이 많다. 이 지역에서 10년간 외식업 컨설팅을 해온 외식사업연구소의 신봉규 소장은 "강남의 고급상권도 테러 사태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외식업계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대형 패스트푸드점의 매출 감소가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더 심각하다. 맥도날드 버거킹은 기존 점포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 9월을 고비로 매출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롯데리아는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일부 품목에 대해 최고 50%의 가격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경쟁사인 맥도날드 버거킹은 저가 신제품 메뉴를 내놓고 있고 가격할인 행사를 준비 중이어서 패스트푸드 업계에 대대적인 '가격 파괴' 경쟁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 할인점 =해마다 연평균 2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했던 할인점의 매출이 10월 이후 눈에 띄게 주춤해 매장에 비상이 걸렸다. 홈플러스의 경우 기존 3개 점포(대구 서부산 안산)의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9월만 해도 추석 특수에 힘입어 매출이 5% 가량 증가했었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 가을 처음으로 매출 신장률이 5%선으로 떨어졌다. 이마트는 지난 93년 출범 이후 매년 두자릿수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 마그넷도 두자릿수 신장률을 유지하다가 9월 8.2%, 10월 5.2%로 신장률이 추락했다. 올 가을의 '이상 징후'에 대해 업계에서는 9월 중순 미국 테러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 위스키 =불황을 모르고 고성장가도를 질주해온 위스키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겨울 성수기를 앞둔 업체들의 판촉 경쟁으로 여름보다 판매량은 늘고 있지만 올해 매출신장률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게 분명하다. 주류구매 카드제 도입으로 씨그램코리아 진로발렌타인스 하이스코트 등 '빅3'의 판매량은 지난 7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나 감소했다. 8월에도 감소했던 위스키 판매량은 9월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신장률은 10%선에 머물러 지난해 연평균 30%선과 비교해 크게 저조한 수준.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강남의 룸살롱 등 에 손님이 크게 줄어 영업 현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 창업시장 =올들어 소자본 창업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잘 나가던 창업시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프랜차이즈협회나 프랜차이즈경제인협회 등에 새로 등록하는 회사들도 거의 없고 컨설팅 업체를 찾는 신규 창업자들의 발길도 주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