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0일(현지 시간) WTO에 공식 가입하면서 세계 무역구조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중국이 제도권의 맹주로 부상하는 발판이 마련된 것. 이에 따라 세계 무역질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양대축에서 미·EU·중 등 3대축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WTO를 통해 중국에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경우 메가톤급의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세계 무역질서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자 무역체제=무역강국으로 부상중인 중국은 지난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2천4백93억달러(7위)와 2천2백51억달러(8위)에 달했다. 무역규모가 지난 99년 세계 9위에서 지난해 7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또 매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8%대를 기록,향후 10년안에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WTO 가입으로 우선 동아시아의 경제 중심축은 일본에서 중화권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일본은 미국 EU와 함께 세계 경제의 3대축을 형성해 왔으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탓에 무역에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앞으로 무역체제에서 일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동아시아를 등에 업은 중국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마찰 심화된다=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행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1년간 53건의 신규 반덤핑 피해조사를 당하고 규제도 57건이나 받아 전세계에서 무역 관련 제재를 가장 많이 당했다. 이를 주도한 나라가 미국이다. 따라서 산업구조가 상반된 미국과 중국이 무역규범 제·개정과 적용과정에서 큰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당초 WTO와 약속한 개방일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해 미국과 EU가 지금처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국과 미·EU 간의 무역마찰이 심화되면 전세계가 무역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도하(카타르)=정한영 특파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