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제지업체들의 설비투자가 한국제지를 중심으로 재개되고 있다. 제지업계는 하지만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규 투자는 수급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최성일 한국제지 상무는 "경남 울주군 온산공장에 4호기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그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36만t 수준인 연간 생산능력을 오는 2004년까지 50만t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제지는 이에앞서 지난 8월 온산공장에 연산 8만톤 규모의 초지3호기를 완공했다. 한국제지는 온산공장을 종합 제지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잡아놓았다. 초지1호기와 초지2호기는 아트지와 백상지를 생산하는 설비이며 초지3호기는 후물지(두터운 종이)생산라인이다. 한국제지는 초지4호기의 경우 박물지(얇은 종이)생산라인을 구축,종합 인쇄용지 생산센터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제지는 초지4호기를 들여놓을 경우 1천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자금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7백억원을 투자한 초지3호기는 안양공장 매각대금으로 대부분 충당했다. 한국제지와 함께 무림제지도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무림제지는 내년 특수지 시설투자에 6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9일 밝혔다. 무림제지는 현재 6대 4의 비율인 특수지와 일반 인쇄용지를 장기적으로 9대 1로 만든다는 포석아래 특수지 시설투자를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지업계는 한국제지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가 증설경쟁으로 번진다면 제지업계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다른 대형 제지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증설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제지업체들은 지난 90년대 이같은 경쟁으로 현재도 공급과잉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6월 '제지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2000년말 기준 인쇄용지업체의 생산능력은 2백50만톤에 이르지만 내수는 1백18만톤에 불과하다며 증설을 자제하고 과잉노후설비의 폐기를 권고한 바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