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장외에 머물러온 거대 중국의 세계 경제무대 본격 진입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광대한 중국 시장이 본격 개방됨으로써 수출증대, 중국진출 확대 등의 기회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안팎에서 경쟁격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전자.반도체 전자업계는 일단 중국 내수시장 확대로 디지털 가전과 IT(정보기술)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TV, DV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등 최근 출시된 첨단 가전제품과 TFT-LCD 등 디스플레이 제품, 휴대폰, 통신장비, 컴퓨터, 방송기자재, 광케이블 등통신.방송관련 기기의 대규모 특수가 생길 것으로 전자산업진흥회는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이 WTO 가입 이후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제3국 시장에서 중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 진출이 느린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소자 수입관세율(현행 13-14%) 인하로 판로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등의 첨단기술 이전으로 중국이반도체 산업의 신흥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강국으로서의 입지를 잃을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자동차 업종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다시 한번 도약의 호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중국은 엄청난 수요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지만 그동안 80%에 달하는 관세와 각종 폐쇄적인 보호정책으로 완성차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시장이 열리고 관세가 20% 안팎으로 인하되면 한국 자동차업계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은 자동차의 가격.품질 경쟁력을 갖춘데다 중국으로의 운송비도 대당 150-200달러로, 700-800달러가 드는 미국이나 1천달러가 소요되는 유럽 메이커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것도, 포드가 일본의 마쓰다와 제휴한 것도 다 이같은 지리적.문화적 이점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 일본과 더불어 세계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율경쟁체제에 진입해 있는데다 중국이 선박수주량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지만 비중은 5% 수준으로 매우 미미하기 때문. 다만 중국이 향후 5년내 시장점유율 1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현재 설비확장 및 기술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약 10년 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국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철강 철강업계는 고급 철강재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현지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WTO 가입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돼 일반 국민들의 소득이 향상되면, 지금은 일부 대도시에서 소비되는 자동차, 오토바이, 가전제품 등의 소비가 농촌으로 확대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고급 철강재의 수요가 증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아연도강판, 조선용 후판, 스테인리스강판, 자동차용 냉연류, 유정용 강관등 중국내 생산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분야에서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내철강업계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철근, 선재 등 범용 철강재는 값싼 중국산이 대량으로 밀려들어 관련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섬유 관세인하 및 비관세장벽 완화 등으로 화섬사(絲)와 직물, 패션.의류제품의 수출이 특히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장투명도 측면에서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 중국 섬유제품의 유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수입증가가 수출증가 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섬유교역환경의 변화를 가속화시켜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이를 염두에 둔 중국의 잇단 섬유설비 확충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피해도 예상된다. ▲석유화학 관세인하, 수요확대라는 긍적적인 효과와 함께 중국 석유화학업계의 경쟁력 강화라는 부정적인 영향이 동시에 나타나는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최고 16-18% 수준인 관세를 오는 2008년까지 6-7%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출진작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수출이 확대될 경우, 반덤핑조사樗?역풍도 우려되며, 무엇보다 해외투자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이 장기적으로 유화제품의 경쟁력을 키워가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건설 건설업계는 해외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영향과 중국 시장의 개방 및 발주제도 투명화로 거대 시장의 개척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건설시장이 단기간에 전면 개방되기는 힘들겠지만 발주제도가 표준화되고 투명성이 높아지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클것으로 보고 조심스레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 중국 진출과정에서 쓴맛을 경험했던 대형 업체뿐 아니라 중견업체들까지 부동산 개발, 건자재 수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이승훈 연구원은 "중국의 WTO 가입이 미칠 영향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이미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을 잠식중인 중국 업체들이 더욱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무역 종합상사 등 국내 무역업계에는 중국의 WTO 가입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로 인식하고 있다. 유통업 등이 단계적으로 개방됨에 따라 현지 유통법인 개설 등을 통해 거대한 소비 시장 진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고 일부 종합상사들은 중국 진출전략을 새로 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6년 중국업체와 합작으로 중국에서 종합무역업체인 CN-SK사를 설립, 운영중인 SK글로벌을 필두로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LG상사, 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들은 판매법인 설립이나 투자확대, 중국 제품에 대한 삼국간 무역 확대 등을 검토중이다. 한국무역협회 박진달 경제조사팀장은 그러나 "중국이 반덤핑 등 WTO가 인정하는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할 소지가 있고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우리의 외자유치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대중 관계를 강화하고 우리의 투자유치 정책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