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인플레로 몸살을 앓고 있는 터키는 5일부터 법정 통화로 2천만리라짜리 새 지폐를 발행한다. 터키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물가가 연평균 80% 정도씩 인상돼 정부가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결국 실패해, 12.5달러(약 1만6천원) 정도의 가치밖에 안되는 2천만리라짜리 새 지폐를 발행하게 됐다. 현 정부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통화팽창을 30% 밑으로 억제하는가 싶었으나 갑자기 닥친 경제위기로 1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물가가 다시 치솟아 올해도 역시 인플레 억제에 실패했다. 올해 도매물가는 80% 이상 급증했으며 정부가 연말까지 인플레를 70%로 억제하겠다고 말한 것을 믿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터키 정부에 157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으며 터키정부가 새 경제 계획의 하나로 발행한 것이 바로 2천만리라 지폐다. 이 지폐에 자기 서명을 넣은 중앙은행의 아이쿠트 에크젠 부총재는 세계 어느나라의 화폐도 리라보다는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에 도달하는 즉시 통화가치를 높이기 위해 화폐개혁을 한다는 계획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1927년에 1천리라짜리 지폐를 찍어내기 시작했으며 5천리라 지폐는 1981년에야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인플레가 극심해져 지난 10년동안은 평균 17개월마다새 지폐가 발행됐다. 이제 터키의 최저임금은 월 1억2천만리라(9만9천870원)나 되며 잼 한 병은 500만리라이고 새 차는 가장 싼 것으로 해도 100억 리라에 달한다. 기업의 이익은 중소기업이라도 조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 아흐메트 카라카소글루(71)씨는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꽤 큰 농장을 1만5천리라에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액수는 지난해 성냥 한 통 값이었으며 올해에는 그나마도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액수가 됐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