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소식 일색이던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아직은 추세가 전환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더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지는 않지만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락세는 현저히 둔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 수요가 살아난다 =지난 7월 S램과 플래시 메모리의 출하가 늘어나기 시작한데 이어 9월에는 D램의 출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물론 이를 반도체경기 회복을 예고하는 신호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9월이 분기말인 관계로 재고 물량이 시장에 나온데다 급격히 위축됐던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호전되고 계절적인 수요도 나타났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올들어 감소하기만 하던 출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게 중요하다고 반도체업계는 강조한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것도 청신호다. D램 주력제품인 1백28메가와 차세대 주력제품인 2백56메가 D램은 최근 고정거래가격이 각각 11.11%와 3.3% 올랐다. 전인백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은 대형 PC제조업체들이 반도체 경기회복을 예상해 재고를 미리 확보하면서 가격을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D램 현물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아직 완전한 추세 반전은 이른 시점이지만 지난 8월에 저점을 통과했다고 삼성증권의 임홍빈 반도체 기업분석전문가는 말했다. ◇ 내년에는 회복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 매출이 1천4백7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5% 줄지만 내년에는 1천5백20억달러로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03년에는 증가율이 30%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데이터퀘스트의 리처드 고든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반도체업체들의 자본지출 축소 경향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오는 2003년에는 공급 측면의 경색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시경제 환경의 개선으로 PC 교체가 가속화되고 유·무선 통신분야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고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을 설명했다.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도 최근 세계 반도체회사의 마케팅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올해 반도체시장은 지난해보다 32.1% 축소되지만 내년에는 2.6%의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WSTS의 반도체 제품별 시장전망이 회의에 참석한 업체들간의 의견을 모은 '여론 합의'에 기초한 것으로 다른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전망자료보다 객관적이며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조사기관인 IDC는 이보다 앞서 내놓은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반도체 매출의 감소세가 이어져 7%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호전되는 것일지라도 최악을 지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