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2003년까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기 위한 지배구조 정비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4월의 화학부문에 이어 내년엔 전자부문의 지주회사체제를 갖추고 각 계열사의 유통부문을 통합해 지주회사의 사업자회사로 만드는 작업에 본격 나섰다. LG가 지향하는 새 지배구조는 대주주가 "LG지주회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에만 주력하고 지주회사가 사업자회사(기존의 각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각 사업자회사들이 대주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상호의존적 결합형태인 "그룹"을 LG브랜드와 경영이념을 공유하는 "독립기업의 협력체"로 바꿔나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계열사들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출자관계를 재편해 출자구조를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수직계열화,단순화해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화학부문과 전자.통신부문의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뒤 2003년까지 화학 및 전자부문의 지주회사를 통합해 완전한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우선 화학부문에선 지난 4월1일 기존의 LG화학을 3개사로 분할했다.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LG화학 LG생활건강으로 분리시켰다. LGCI는 현재 생명과학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형 지주회사"다. LG는 오는 2003년까지 외자유치와 함께 LGCI의 생명과학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사업자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LGCI는 또 사업자회사로 LG칼텍스정유 등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LG전자는 내년초에 전자부문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권영수 상무는 지난 30일 IR(회사설명회)를 통해 "LG화학부문이 지주회사체제로 바꾼 뒤 경영투명성을 높이는데 좋은 효과를 거뒀다"며 "LG전자도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지주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 상무는 "구체적인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주회사가 사업을 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해 사업자회사만을 거느리는 순수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전자부문 지주회사(LGEI,가칭)는 자체 사업은 없이 LG전자 LG산전 LG전선 LG필립스LCD LG텔레콤 등에 대해 지분참여하는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기존 계열사의 분리나 통합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할인점부문(LG마트)을 분리한 이후 존속되는 LG상사는 지주회사의 사업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또 LG유통은 편의점 및 수퍼마켓부문만 남기고 MRO.빌딩관리부문과 레저부문을 올해말까지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킬 예정이다. 이들 빌딩관리부문과 레저부문은 지주회사의 사업자회사로 편입되지 않고 LG의 허씨 집안 등으로 넘겨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재 MRO.빌딩관리부문은 여의도 트위타워 및 LG강남타워 관리와 함께 LG그룹 등에 대한 소모품과 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별정통신사업(휴대폰을 통한 국제전화)도 운영중이다. 또 레저부문은 곤지암CC 운영 및 관리를 맡고 있다. 또한 LG건설 LG홈쇼핑 등 여타 계열사들은 대부분 지주회사의 사업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다만 LG투자증권 LG투신운용 LG카드 등 금융부문 계열사들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회사의 사업자회사로 편입되지 않는다. 앞으로 LG는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방안에 맞춰 출자구도를 바꾸기 위해 주식시장 등을 통한 본격적인 지분이동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