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들이 설익은 정책을 양산, 여소야대로 재편된 국회와 적지 않은 갈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경제 부처간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아 정책부재 상황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거대 야당의 정책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한나라당 의원 24명이 낸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지역의보와 직장의보의 재정을 분리한다는 것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년 1월 건강보험재정 통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의석수를 감안하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재경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들은 "통합을 전제로 관련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반대상황을 가정한 대책은 없다"며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세제 개편문제도 이번 국회의 뜨거운 이슈다. 한나라당은 5조6천억원의 감세효과가 있는 독자적인 세법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시켜 놓은 상태다. 이 법안에는 재경부가 금기시해 왔던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 방안이 담겨 있다. 예전같았으면 야당의 의견일 뿐이라며 한마디로 일축할 재경부이지만 일부 간부들 사이에 "법인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가경정 예산안도 거대 야당의 제동을 받긴 마찬가지. 이달 내에 심사 의결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규모에 대해서는 목소리의 톤이 다르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제출한 1조8천8백4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예산안중 경기진작 효과가 크지 않거나 불요불급한 것으로 판단되는 4천억원 정도를 줄일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증시부양 정책도 야당의 견제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검토중인 제2증시안정기금 조성을 비롯 상장지수펀드, 우리사주신탁제도 도입, 4대 연기금과 투신사를 동원한 주식매입 유도, 주식사기 캠페인 등에 대해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야당의 반대를 부른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기증권저축 도입 방안.재경부는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일관되게 강조해온 '주식투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던져버리고 과감하게 손실보전형 상품을 내놨다. 재경부가 내놓은 손실보전 아이디어는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집중포화를 받았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은 도입됐지만 직접투자가 허용되고 주식매매 횟수도 연간 4회로 제한되는 등 재경부의 원안은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뀌었다. 정부 관계자는 "DJP 공조가 파기되기 전만 해도 당·정협의를 통해 대부분의 법안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야당의 협조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인식.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