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정책 수단의 하나로 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투자촉진 효과의 유무와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다. 단지 자금여력 뿐만 아니라 내수와 수출 등 수요측면에 대한 향후 전망이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서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또 잠재적인 정부부채 규모가 막대한 상황에서 감세정책에 따르는 재정적자의 구조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세율 인하의 효과를 경기변동 진폭의 완화라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만 파악할 경우에는 중요한 논점이 간과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법인세율 인하가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따라 차별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법인세율 인하에는 다음과 같은 상반된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우선 기업의 세후 순익을 증가시킴으로써 현금흐름 개선과 투자여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반면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기업이 부담하는 실질적인 이자율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투자 위축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얼핏 상식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번째 효과는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차별하는 법인세제의 특성에 기인한다. 즉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은 주식발행(자기자본)과 부채(타인자본)로 나뉘는데 자기자본에 귀속되는 소득(사내유보 또는 배당이익)은 과세대상이 되지만 타인자본에 귀속되는 소득(차입금이자)은 비용으로 처리돼 과세표준에서 공제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투자자금 1백억원을 빌려 이자로 10억원을 지급한다고 하면(금리 10%), 이자비용 10억원이 손비로 처리돼 과세대상에서 공제되므로 법인세율이 30%일 때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3억원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자금조달비용, 즉 실효이자율(effective interest rate)은 7%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법인세율이 20%로 인하되면 이자비용의 공제분이 감소해 법인세 부담 감소분은 2억원이 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실효이자율은 8%로 상승한다. 요컨대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세후 순이익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와 실효이자율을 상승시키는 부정적인 효과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이 두가지 효과의 결합이 최종적으로 투자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시사하는 것은 각 효과의 크기가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법인세율 인하 이후 기업의 세후 순익 증가분은 세전 이익의 크기에 우선적으로 좌우되고, 기업의 부채비율이나 영업외비용의 비중 등 재무구조적 요인들이 과세표준 산정시의 손익금 계산과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한 실효이자율 상승폭을 결정하는 차입금 평균이자율 수준 역시 신용등급과 차입조건에 따라 기업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중 비금융제조업 5백54개사를 대상으로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재무구조가 불량한 기업들이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수익성이 좋은 기업들에 비해 긍정적인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은데 비해 부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세율이 현행 28%(과세표준 1억원 이상)에서 10%(2.8%포인트) 인하된다고 가정할 때 상장사 전체의 세후 순이익 증가율 평균이 3.70%인 반면 부실기업들의 세후 순익 증가율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반대로 실효이자율 상승분은 상장사 전체 평균인 0.61%p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또한 영업이익률이 높거나 부채비율이 우량한 기업 또는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에는 순익 증가율이 평균보다 높고 실효이자율 상승분은 평균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이 법인세율 인하는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에 차별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 우량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효이자율 상승을 대가로 해 세후 순익을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투자여력 증진에 도움이 되며 반대로 부실기업에는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요컨대 법인세율 인하라는 정책수단의 장단점을 논의할 때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나 투자촉진 효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금조달 방식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임일섭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islim@mail.lge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