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법의 핵심은 살릴 만한 기업은 분명히 회생시키겠다는 데 있다. 기업 청산에 무게가 실려있던 현행 도산 3법과는 '접근'부터 다르다. 통합법이 시행되면 전경련과 정치권 등에서 현행 도산법의 단점으로 지적해온 갱생 과정의 더딘 진행과 절차 선택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신속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통합법이 도산 3법을 하나의 테두리로 합친다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제정 취지조차 상실한 도산 관련법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근시안적이고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법원이 되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자이 초프라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담당 과장은 지난 5월 "법원 중심(court-supervised)의 기업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합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 유명무실한 기존 법률 =화의법은 경영권과 주식 감자나 소각 등 회사 자본과 담보물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화의가 인가되면 법원이나 금융기관측이 실질적으로 관리하거나 감독할 수 없게 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권리 행사에 지장을 느껴온 은행 등 채권자측에서는 화의제도를 외면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반대로 회사정리법은 기업으로부터 기피당했다. 오너의 경우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정리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조사위원(회계법인)에 의한 실사 결과 기업계속가치(존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낮게 나올 경우 선택의 여지 없이 파산이 선고되도록 규정돼 있어서였다. ◇ DIP 제도 도입 =DIP 제도의 신설로 기업 재건 절차가 일원화되고 구 경영진의 경영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화의와 법정관리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부실징후 기업들은 신속히 통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 재건절차 진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온 경영권 박탈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된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반기는 대목이다. 주인의식을 가진 구 경영진에 의한 경영이 가능해져 회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간 외부 관리인이 선임될 경우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측면은 강화될 수 있어도 영업과 기업외부 환경, 내부 조직에 대한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려 회생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제기돼 왔다. 따라서 부실징후 기업들의 이용이 빈번해질 전망이다. ◇ 개인채무조정제도 신설 =현행 법에서는 파산 선고자는 민법상의 주체 자격을 잃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채무 변제능력도 자동 상실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나 통합법은 자격 상실 없이 채권자와의 협의와 법원 인가를 거쳐 일정범위 내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입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국제연합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지난 97년 5월 제정한 '국제 도산에 관한 모델법(Model Law on Cross-Border Insolvency)'의 내용도 일부 포함된다. 외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던 국내 회사가 재건 절차를 밟는 동안 외국에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도 관리인의 지휘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내용이 명문화될 예정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