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시아 각국이 경험하고 있는 경기둔화는 이 지역 경제가 큰 위기에 처했던 지난 97~98년 기간에 비해 둔화의 시기가 더욱오래갈 것이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97년의 아시아 경제위기 때만 하더라도 미국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하고 있어 아시아경제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월드트레이드센터 등에 대한 테러사건 이후 미국경기가 더욱 둔화되면서 아시아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 과거 처럼 빠른 속도로 경기가 냉각되고 다시 급속히 경기가 회복되는 V자형 경기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오히려 미국경제상황이 아시아경제가 조기회복하는데 큰 짐이 되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 수출의 상당부분을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대만은고전 정도가 심하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축은 이 지역의 개혁분위기도 덩달아 짓누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한국은 그간 개혁이 느슨하게 이뤄진데 대한 대가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며 대만과 태국은 은행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며 인도네시아는 법률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경기의 둔화는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97년 처럼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그렇게쉽사리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을 다시 조성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7분기 동안 53억달러의 손실을 낸 이 회사를 반도체경기가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원해 왔지만 월드트레이드센터 등에 대한 테러사건 이후 반도체시장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추가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