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수입철강제품이 자국 철강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판정을 내림에 따라 '철강무역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ITC의 이번 판정으로 미 행정부는 내년 2월 중순께 통상법 201조(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로는 수입물량 제한(쿼터제)이나 고율관세 부과 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조치가 취해질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따져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은 연간 4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EU) 등도 자국 철강산업 보호명목 등으로 미국과 같은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철강시장을 둘러싼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대미 수출국들의 반발 =대미 수출국들은 최근 베들레헴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들의 연이은 파산보호신청은 수입철강제품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내 업체간의 경쟁, 전방산업인 자동차경기 후퇴, 내수격감, 비용절감 노력미진등 미국내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7월 현재 냉연제품의 t당 원가경쟁력의 경우 미국이 100이라면 한국은 78, 브라질 80, 멕시코 81, 일본은 103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수출국들은 또 미국이 201조를 발동해 수입을 제한하면 약 1천만t의 물량이 동남아시장 등으로 몰려 오히려 국제 철강가격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핫코일 국제가격은 지난해 1.4분기에 t당 3백12달러였으나 올 3.4분기에 2백30달러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 포철 등 국내 관련업계 영향 =수입물량 규제조치가 내려지면 국내 업체들의 대미 수출물량은 연간 약 1백만t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철강업계가 지난 97년 이전 연평균 물량수준으로 국별 수입감축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업계는 핫코일, 냉연코일 등을 93년이후 97년까지 연평균 1백36만t을 수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미 수출규모가 2백35만t에 달해 1백만t 정도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포철은 연평균 70만∼80만t의 핫코일을 수출하고 있다. 모두 미국 합작법인인 UPI에 중간소재로 수출하는 물량이다. 하지만 이번 산업피해 판정에서는 중간소재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다. 냉연코일은 동부제강 연합철강 현대하이스코 등이, 후판은 동국제강 등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냉연코일은 전년보다 1백% 늘어난 26만t, 후판은 55% 줄어든 8만t이 수출됐다. ◇ 정부 대응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는 다음달 5∼9일 열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구제조치 관련 공청회에 대표단을 파견,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 표명키로 했다. 특히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의 16.5%(2억7백만달러)를 차지한 포항제철의 핫코일은 합작사인 UPI사에 전량 공급되는 점을 감안, 구제조치 대상에서 제외토록 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통상법 201조와 상계관세 조사를 동시에 진행중인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이중 제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키로 했다. 정부는 EU 일본 등 주요 철강 수출국과 다자간 협력체제를 강화해 미국의 최종 결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경우 WTO에 공동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철강 고위급 회의 등 다자간 철강 협상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12월 중순 열릴 예정인 제2차 회의에선 한국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철강 생산국들이 과잉설비 해소와 보조금 축소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이 회의에서 과잉설비 감축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질 경우 미국이 구제조치를 철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통상교섭본부는 내다보고 있다. 김홍열.정한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