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회장은 해외의 한적한 지방도시에 머물며 병원을 오가는 것 외에는 회고록에 매달리는 비교적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한때 행적이 드러난 홍콩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수단 베트남 등은 잠시 들른 곳일 뿐이라는 전언이다. 측근에 따르면 김 전회장의 건강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위장병과 만성 경막하혈종으로 잦은 복통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천부적으로 낙천적인 기질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때 프랑스 니스의 호화별장 얘기가 나돌기도 했으나 김 전회장측은 호화별장은 무슨 호화별장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이곳을 떠난 지도 오래됐다고 한다. 지금은 한곳에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간혹 옛 친구들을 찾아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는 정도로 알려졌다. 대우 사람들과의 접촉은 애써 피한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취재팀은 그의 소재지를 짐작하고 있지만 굳이 추적하지는 않기로 했다. 아직 귀국하지 않고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귀국해봤자 부하들의 재판에 도움될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김 전회장은 편지에서도 "참을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절제된 행동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며 기다리고자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김 전회장은 물론 분식회계와 영국의 금융계좌였던 BFC를 중심으로 한 탈법적 자금거래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비롯한 특정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울기 시작한 대우그룹을 지탱시키려다 보니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 재산도피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회장은 강병호·장병주 전 (주)대우 사장 등 1심공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측근은 또 김 전회장이 오랜 유랑생활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원숙'해졌다고 전했다. 대우 해체에 따른 허탈감과 우리 사회의 혹독한 비난을 힘겨워할 때도 있지만 "대우의 성쇠에 관한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위안삼고 있다는 것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