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종합상사부문 법무팀. 국내 기업법무팀중 가장 전통있는 팀으로 통한다. 기업내 법무팀이 생소하던 1978년 출범, 벌써 24년의 경륜을 자랑한다. 국내에 기업법무팀의 필요성을 알린 프론티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삼성물산 법무팀은 6명의 국제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모두가 쟁쟁한 실력을 자랑한다. 업무의 80~90%가 해외투자와 계약협상 등 국제업무여서 모두 국제변호사로 무장했다. 특히 6명의 인하우스 로이어(In-house lawyer)는 삼성물산이 키웠다. 전원이 삼성물산에 입사해 실무경력을 쌓은 다음 변호사 자격을 따도록 투자했다. 인재육성을 중요시하는 삼성 특유의 과감한 투자가 법무팀 출범의 배경이 된 것이다. 국내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보다 삼성맨을 국제변호사로 키운 셈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의 애사심 또한 남달리 깊다. 이 법무팀은 이론보다 실전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장인 정진홍 변호사(44)는 "실무경험을 갖춘 뒤 변호사자격증을 땄기 때문에 국제업무에 강할 수 밖에 없다"고 자평한다. 오랜 해외투자업무로 잔뼈가 굵은 변호사들이어서 해당 투자지역의 현지 변호사와 많은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가진게 큰 무기라는 설명이다. 법무팀 개개인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팀장인 정 변호사는 기둥역할을 한다. 서울대 법대(75학번)를 졸업한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왔다. 지난 83년부터 법무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현재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지난 9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2억~3억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동(銅)제련소 인수 프로젝트는 삼성물산 해외사업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선 중요 경영현안에 대한 법률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삼성물산이 행하는 모든 대내외적인 법률적 행위는 반드시 우리를 거치도록 제도화돼 있을 만큼 한껏 신뢰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건 변호사(40)는 한양대 법대(80학번)와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거쳤다. 국제분쟁과 해외투자 및 프로젝트 수출 관련 법무를 주로 맡고 있다. 98년초 아프리카 가나에 정제석유 수출을 하기 위해 2억달러 가량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 확실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요즘은 앙골라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프로젝트 추진에 힘쓰고 있다. 해외출장이 잦아 비행 마일리지가 2백만km가 넘는다. 그는 가나 등에서는 부통령이 직접 영접할 만큼 '칙사' 대접을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단순한 종합상사 업무에서 벗어나 수익다변화 차원에서 추진한 삼성물산의 해외투자 프로젝트 성공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종 변호사(37)는 서울대 법대(82학번)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최 변호사가 담당하는 업무는 구조조정 분야. 그의 구조조정 업무는 임금삭감과 인원감축 등의 일반적인 '구조조정'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삼성물산이 진행한 해외투자 건에 대해 투자자금 회수나 철수, 매각 등과 관련한 것들이다. 물론 국내 사업의 구조조정도 최 변호사의 손을 거친다. 지난 98년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때는 삼성물산의 할인점 사업 부문을 영국의 테스코사에 매각하는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테스코사로부터 '지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회사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엔 삼성물산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추진을 위한 사내벤처 인큐베이팅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