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관료주의의 폐해에서 벗어나려면 고시 제도부터 바꿔라" 기업 위에 군림하려는 관료 시스템을 근본부터 바꾸려면 고시제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시에 합격하면 곧바로 '출세'를 보장받는 공무원 충원 방식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고시 합격'을 '과거 급제'와 동일시하는 관습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장원'을 한 고시출신 공무원들에게 기업 등의 일반인들을 상대로 '섬기는' 자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원과 경력관리, 그리고 인재교류로 이어지는 공무원 인사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정부 경쟁력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싱가포르의 품질높은 행정 서비스를 쫓아가려면 공무원 채용에서부터 인사 전반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업계는 이런 점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관료주의 타파 등을 위해 추진한 행정 개혁 프로그램을 적극 본받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클린턴 정부는 1993년 1차 집권한 뒤 4년만에 연방기구의 내부규정 64만쪽, 연방규정 1만6천쪽을 폐지하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이뤘고, 이런 노력은 정부의 독점 및 비효율을 제거하고 민간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부처 차관을 지낸 한 공기업체 사장은 "전세계는 지금 고품질의 행정서비스 경쟁을 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공무원 업무평가제를 통해 관료주의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있고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은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무원 관료주의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