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6일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운영체제와 응용소프트웨어 회사로 쪼개려는 노력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컴퓨터 운영체제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MS는 이를 이용해 '익스플로러'라는 응용소프트웨어를 끼워판 혐의로 미국법무부에 의해 기소됐었다. 부시 행정부는 "기업의 창의성을 존중한다"는 말로 비껴갔지만 독점의 우려보다는 기업 경제활동의 자유가 우선임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사실 대기업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반독점법 등 기업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없다. 반독점법 역시 80년대 이후 "수직적 내부거래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기업의 대형화가 반드시 시장의 독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진입장벽만 낮추면 독점기업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등의 새로운 논리가 등장하면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 기업의 출자총액을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외에 일본 밖에 없다. 일본도 자본금 1백억엔(또는 순자산 3백억엔)이 넘는 기업에 대해 규제 한도를 자본금의 1백%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한도에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이 규제도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맞춰 내년에는 폐지키로 했다. 독일은 오히려 자국 기업의 보호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면 독점도 조장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면 연방경제부 장관이 직권으로 카르텔을 허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후발국가인 중국은 90년대들어 M&A를 통해 기업이 고속성장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후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수평적 M&A가 붐을 이루고 있다. 중국최대의 업체인 칭타오맥주는 이미 30여개의 업체를 인수해 생산능력이 96년 연 37만t에서 1백50만t으로 증가했다. 정유업체도 페트로차이나(PetroChina)와 시노펙(Sinopec)만 남았으며 자동차업체는 1백20개에서 6대업체로 조정되고 있다. 전국 34개에 이르던 항공사도 동부항공 남방항공 중국항공 등 3개업체로 통합될 예정이다. 중국은 또 국유기업을 민영화하면서 자동차 항공 우주 철강 에너지 등 핵심분야의 대기업을 시범기업집단으로 편성해 대규모 기업군으로 성장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