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국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확정함으로써 대기업 소유은행이 등장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1995년 1월 도입된 금융전업 기업가 제도처럼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우선 정부의 개정안은 산업자본이 은행주인이 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인수 능력이 있는 대다수 재벌기업을 배제시켰다. 산업자본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이 4% 범위내에서만 의결권을 부여하고 초과보유분 6%에 대해서는 의결권은 제한하되 배당권만 부여하고 있다. 그것도 의결권 없는 배당만을 위해 지배구조, 외부감사 등 경영 투명성에 있어 은행에 준하는 감시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뜩이나 구미가 당기지 않는 배당투자를 위해 모기업이 은행에 준하는 경영감시까지 받아가면서 은행지분 확보에 나설 산업자본은 없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산업자본을 정리하고 금융주력 그룹으로 변신할 대기업인 듯하나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현재 30대 그룹중 금융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은 동양(51%) 쌍용(28%) 동부(17%) 등이 있고, 30대그룹 밖에서는 교보,대신그룹이 대체로 금융주력 그룹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30대그룹 소속 3개그룹은 향후 2년내에 제조업 자산을 2조원 이내로 줄이고 금융업의 비중을 75%로 끌어올리면서까지 은행 인수에 나설지는 의문스러운 상황이고, 교보.대신 등은 은행을 인수할만한 자금력이 있는지가 검증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인수 대상이 될만한 은행들이 한결같이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대기업 소유은행 출현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현실적으로 11개 시중은행중 통합 추진중인 국민.주택은행과 외국계가 최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는 제일(뉴브리지 51%) 한미(칼라일, JP 모건 40.4%) 외환(코메르츠 32.5%) 하나(알리안츠 12.5%) 신한(재일동포 27%) 등 5개은행은 인수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결국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지분을 보유중인 한빛, 조흥, 서울,평화은행이 1차적인 관심의 대상이겠으나 이들 은행은 부실여신 등으로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어 그만큼 인수 매력이 떨어지는 은행들이다. 따라서 이번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요건을 대폭 완화하지 않는 한 대기업 소유은행 출현으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은행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결국 은행산업을 송두리째 외국인에게 내주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경환 논설.전문위원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