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미국 테러참사"의 여파로 아시아 관광산업이 비틀거리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와 소국(小國)들은 관광수입의 급감으로 나라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 관광객들의 감소는 항공편 및 호텔 예약 취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관광산업 뿐아니라 다른 경제분야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이코노미스트 프라둠나 라나는 "직접적인 손실도 막대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와 투자 등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국가들은 테러참사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추정손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홍콩 관광당국은 테러여파로 인해 올해 관광객수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에는 지난해보다 1백만명 많을 것으로 추정했었다. 홍콩호텔연합회는 홍콩 호텔들의 공실률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2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개최로 인한 후광효과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호주 관광수출협회는 올연말까지 남은 기간동안 미국인들의 관광예약이 당초 예상보다 30% 감소하고 다른 지역의 관광예약도 15%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태국 관광당국은 올해 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수가 테러참사 이전에는 지난해에 비해 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증가율이 2%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국은 테러로 인한 충돌이 심화될 경우 올4.4분기 방문객수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밝혔다. 네팔과 같은 외딴 관광지역의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 네팔 관광시즌인 9~11월의 호텔 예약 가운데 테러참사 발생이후 50% 이상이 취소됐다. 아시아 관광산업 위축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유지해온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 관광산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외환보유고를 높여 경상수지의 균형을 맞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여행수지 흑자규모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수지흑자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인도네시아에서는 22%,필리핀에서는 14%에 이르고 있다. CSFB의 동남아시아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라세니트 바슈는 "필리핀의 경우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고려하면 관광객들의 급감으로 내년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한가지 요소는 아시아 지역 자체의 관광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태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관광객 가운데 60% 이상이 아시아인들이다. 홍콩 BNP파리바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프레리스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이번 테러사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양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