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에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5일 당정회의를 통해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이용호 게이트' 등 주가조작 사건은 뛰어가는데 반해 이를 잡아내기 위한 조사활동은 아무런 강제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금감위의 설명이다. 준사법권 문제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형 조사기구를 기대하는 금감위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 준사법권 수행인력 30명 증원 요청 =금감위는 준사법권을 행사할 '조사정책국'을 신설키로 하고 행정자치부에 30명의 공무원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행자부는 '작은 정부' 지향을 내세워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금감위가 국(局)을 요청했으나 행자부는 과(課) 단위로 하고 인원도 15명선에서 증원해 주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권한 범위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국세청의 세무조사권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준사법권은 영치, 압수 수색, 신문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 금감위도 주가조작, 내부정보 이용, 부당공시 등 불공정거래 혐의자와 해당 사업장의 자료를 조사요원이 임의로 수거할 수 있게 하고 필요할 경우 관련자를 강제로 불러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출석을 요구해도 당사자가 응하지 않으면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다만 방계자료에 대한 압수수색과 혐의자 임의동행과 같은 사안은 검찰의 지휘를 받고 영장발부를 거치겠다는게 금감위 생각이다. ◇ 문제점은 없나 =가장 큰 문제는 금감위의 권한 남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세청이 준사법권을 가졌다지만 수십년간 세무조사 노하우가 누적된데다 준사법권 역시 악의적인 탈세 등 조세포탈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60명 남짓한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에 준사법권을 무리없이 행사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통상적인 조사는 현재대로 금감원 조사국에서 담당하고 사회.경제적 파장이 크거나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사안에 대해 제한적으로 준사법권이 발동될 것"이라며 "이 권한의 행사에 대한 명확한 내부준칙도 앞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사법권이 주어지면 앞으로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금감위 책임은 한층 강화된다. 이 때문에 금감위 일각에선 "골치아픈 권한"이라며 내심 권한을 부여받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 시행까지 난관 예상 =금감위가 원하는 조사권한 가운데 법무부가 어느 선까지 동의해 줄지가 당장의 초점이다. 법무부나 검찰에서는 준사법권을 부여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하는 방안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벌써부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장은 이용호게이트를 의식,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완장치나 견제장치 마련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해 이용호 주가조작 조사에서 금감원은 증권거래소로부터 혐의를 통보받고도 수개월씩 제대로 조사를 벌이지 않는 등 기존 권한조차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