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지난달 미국사태의 여파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여건이 더 악화되자 잇따라 설비투자를 축소.연기하는가하면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주요 반도체생산업체들은 올들어 D램가격 폭락과 전반적인 정보기술(IT)산업의 침체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가운데 지난달 미국테러사태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돼 이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은 경기회복에 대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동성확보를 통한 장기전을 치러야 하지만 국제채권시장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이테크업체들에 대한 문을 굳게 걸어 잠글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절실한 형편이다. 대만 최대의 D램 생산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는 지난 9월 새로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80억뉴타이완달러 규모의 GDR발행계획을 밝혔다가 미국 테러사태 직후인 지난 13일 이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난야의 찰스 카우 부사장은 "D램가격이 폭락하고 국제채권시장의 상황이 악화된상태에서 GDR발행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신 자금확보를 위해 모기업인 포모사 플라스틱스 그룹이 대출보증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도 지난달말 "현재 대부분의 설비가 제대로가동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올해 책정된 22억달러의 설비확장 예산을 모두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적은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D램 생산업체인 파워칩 세미컨덕터는 당초 계획한 12인치 웨이퍼 가공공장의 설비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내년에 D램 생산물랭을 최대 30%까지 줄이고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4일 밝혔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압박을 받음에 따라 모젤 비텔릭같은 일부 업체들은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제3의 D램 생산업체인 모젤비텔릭은 4.4분기중에 1억5천만달러의 전환사채발행을 계획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판단, 지난달말 정부에 재정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몇몇 반도체 생산업체들도 최근 정부 관계당국을 직접 방문, 자금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나 반도체업체에 대해서만 지원한다는 것에 대한 일부의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업체들은 한국 정부의 하이닉스반도체 지원과 독일정부의 인피니온의 연구개발(R&D)부문 지원 등을 예로들어 정부의 구제금융이 아시아 및 유럽국가들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