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경기불황 여파에 따른 실직과 임금체불, 상여금 축소, 물가상승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이용호 게이트'로 사회 전체가 어수선한 가운데 미국 테러 대참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임박, 석유값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찾는 동대문.남대문 시장등 재래시장은 올 추석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주요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들은 상품권 판매 신장에 힘입어 매출액이 늘어나는 등 '소비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경기불황에 따라 추석 상여금을 줄이면서 직장인들은 나흘간의 추석연휴가 즐겁지만은 않다. 이에 따라 귀향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잖은 실정이다. 실제로 경총이 최근 150여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여금 지급업체는 전체의 56%로 지난해 70%보다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기업의 체불임금 규모는 지난해의 3~4배에 이르는가 하면 일부지역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더하다는 하소연도 터져나오고 있다. 추석 상여금을 못 받았다는 회사원 박모(30)씨는 28일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봉급은 줄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전혀 즐겁지가 않다"면서 "올해는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릴 여유도 없고 해서 귀향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상.하수도 요금 인상에 이어 대학 등록금, 시내 전화요금, 택시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추석 성수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유난히 가벼워진 모습이다. 주영자(58.주부)씨는 "올해 제수물품 구입비로 지난해보다 3만~4만원은 더 썼지만, 시장에 가서도 제대로 원하는 만큼 구입하지도 못했다"며 "남편의 봉급이 동결돼 가뜩이나 힘든데 공공요금을 비롯한 물가가 올라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재래시장에는 추석경기 실종으로 냉랭하기만 하다. 서울 남대문시장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지만, 정작 물건을 사는 손님들은 많지않은 실정이다. 상인들은 "올 추석에는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0~30% 가량 떨어졌다"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예년과 같지 않은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이모(32.주부)씨는 "최근 남편의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임금이 깎였다"면서 "차례상은 어떻게든 차리겠지만, 부모님과 친척들에게줄 선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석이 가장 우울한 곳은 사회복지시설인 육아원과 양로원. 매년 후원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는 그나마 자주 찾던 후원자들의 발길마저끊겼다고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하소연했다. 서울 관악구 S보육원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보육원을 방문하겠다는 개인 독지가들이 거의 없다"면서 "특히 올해의 경우 보육원 재정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후원금마저 끊겨 막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 B양로원측도 "최근 재단을 통해 `찾아달라'는 협조서한을 보내기도했지만 전화 2~3통 받은 것이 고작"이라며 "이들도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어서 노인들에게 올 한가위는 썰렁한 명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