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정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미국 통상전문 변호사의 견해가 제시돼 주목된다. 미국 케이숄러(Kaye Scholer) 로펌 소속 마이클 하우스 변호사는 25일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주최로 열린 국제통상세미나에서 '하이닉스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하우스 변호사는 WTO가 금지한 보조금이 ▲정부가 혜택을 부여하고 ▲특정 산업 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수출을 조건으로 특혜가 이뤄진 지원행위라고 전제하고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원이 WTO 보조금 협정의 어떤 원칙을 위배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채권단 지원을 주도한)외환은행은 정부가 일정지분을 갖고 있지만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최대주주인 민간은행"이라며 "정부가 가진 지분만으로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을 경우 보조금으로 입증하기에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우스 변호사는 또 "정부 대출이나 대출보증 그 자체만으로는 보조금 협정 위반이 아니며 수혜기업에 대한 특혜적 대출조건 등 정상적 대출범위를 벗어나야한다"며 "(정부가 출자한)산업은행이 회사채담보부증권(CBO)을 매입하면서 하이닉스에 부여한 이자율이 다른 채권은행 이자율보다 높다는 점은 하이닉스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출자전환 역시 금융기관들이 독립적인 상업적 판단아래 이뤄졌다면 과연 보조금 특혜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약 300개의 한국기업이 산업은행의 CBO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하이닉스라는 특정기업에만 혜택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아울러 금융기관이 수출을 조건으로 지원한다는 조항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우스 변호사는 그러나 "미국측은 올들어 8월까지 산업은행이 매입한 전체채권의 63%가 하이닉스와 현대그룹 계열사에 집중돼있다는 점과 하이닉스가 국내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라는 점을 집중부각시켜 WTO 제소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흥회 관계자는 "하우스 변호사가 수년간 한국기업 관련 통상업무를 맡아온 친한(親韓)파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대응논리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미국 행정부, 의회는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WTO 보조금협정에 위배된다며 제소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