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은의 독립성 확보 여부와 뒷북치는 정책 대응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한국은행의 경기 예측 능력과 과도한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독립성 상실한 금융통화위원회=안택수 의원(한나라당)은 "한은은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올렸고 올해는 네 번 내렸는데 그 때마다 금리정책에 대해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의 언급이 있었고 그 방향대로 결정이 났다"며 "한은이 정부와 시장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손학규 의원도 "최근 미국 테러사태 직후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전에도 정부 고위 인사가 금리인하 관련 발언을 했다"며 "여당과 사전 협의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 "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으로 사전 협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 손 의원은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강력한 성명이라도 발표해서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뒷북치는 정책 대응=안택수.서정화(한나라당)의원은 "한은은 왜 늑장.뒷북치는 금리인하만 단행하고 있느냐"며 "좀 더 시의적절한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홍재형 의원(민주당)도 "그간 한은의 금리정책은 선제적으로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다 낮춘 후 뒤따라 금리를 내려 실기한 측면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목표 달성에만 집착해 효율적인 통화신용 정책운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빗나가는 경기전망=김동욱 의원(한나라당)은 "중앙은행의 경기전망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기초자료인데도 경기 예측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한은은 올 상반기 뚜렷한 경제대책도 없이 막연하게 낙관적 경기전망만 펼쳤다"며 "경기상황에 대한 분석도 무책임하고 대책없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택수 의원도 "금리조정이 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한은의 경기 전망과 경제 진단이 부정확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과도한 통안증권 발행=김동욱 의원은 "지난달 기준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75조3천억원으로 지난 97년(23조5천억원)에 비해 세 배나 증가했다"며 "지난해에도 한은은 통화증권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통안증권 발행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가 뭐냐"고 다그쳤다. 안택수 의원도 "통안증권의 한해 이자부담만 해도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감축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