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보복 공격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상당수 업종에서 큰 수출타격이 우려되지만 종전후 플랜트 철강 조선 등에서 피해 복구 프로젝트에 따른 반사이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자원부는 23일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주요 업종별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로 반도체 섬유류 등 일부 업종에서 이미 수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산자부 관계자는 "전쟁이 시작되면 당장 플랜트 석유화학 컴퓨터 반도체 등이 직접 영향을 받고 다른 중동국가로 확산될 경우 대부분의 업종이 수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미국 테러사태의 영향 =공항 및 항만 폐쇄에 따른 통관과 수출화물 운송 중단, 수출대금 입금지연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3천3백70만달러 가량의 수출 차질이 발생했다. 자동차의 경우 입항검색이 강화돼 접안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지난 13일 이후 판매량도 줄었다. 철강은 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항공운송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반도체는 일부 선적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섬유류의 경우 항공편을 이용한 샘플 수송과 상담이 일부 끊겼으며 바이어들이 신규 상담을 꺼리는 분위기다. ◇ 공격이 단기 국지전으로 끝날 경우 =중동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플랜트의 수주가 줄어들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격이 일시 상승할 전망이다. 철강의 경우 국제금융 과 소비심리 불안으로 수요가 위축돼 경기회복이 다소 늦춰지고 반도체도 4.4분기로 예상되는 경기회복 시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특히 컴퓨터의 경우 통관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외국 항공기 운항제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 운송차질이 예상된다. ◇ 장기 확산전으로 번질 경우 =일반기계 수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한 9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현재 진행중인 플랜트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고 신규 발주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후 피해복구 과정에서 특수(特需)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급격한 원가상승이 판매가로 전가돼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미국의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단기적으로는 건조선박 인수 기피와 발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시추선 등 원유 관련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고 중국 등 후발국의 투자의욕이 꺾여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다. 철강은 가전 자동차 등의 소비 침체로 강판류 수요가 줄어들지만 전후 피해복구를 위한 보너스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항공기 운송중단으로 미국과 유럽 수출이 급감하고 경기회복 시점도 2003년 이후로 크게 늦어질 수 있다. 원자재 수급 곤란에 따른 일부 생산중단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