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선별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지난 99년 이후 거의 고정된 기존의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낮추는 데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4일부터 6년만기 고정금리 담보대출 상품인 '장기안전대출' 금리를 0.3∼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종전 연 7.8%에서 7.5%로,상가나 나대지 담보대출은 연 8.3%에서 7.8%로 하향 조정된다. 주택은행도 오는 26일부터 공무원과 치과 개원의 등에 대한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주택은행은 연금관리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추천서를 제출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대출금리를 현재 연 9.0%에서 연 8.5%로 0.5%포인트, 치과 개원의는 연 9.4∼10.4%에서 연 8.7∼9.7%로 0.7%포인트씩 각각 인하한다. 외환은행은 기업대출 등에 적용되는 시장금리연동 기준금리를 현재 연 7.1%(1년만기 기준)에서 연 6%대로 이번주중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개인 신용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원화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는 당분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외환은행 관계자는 밝혔다. 서울은행은 기업 대출금리에 대한 영업점장의 금리 전결권한을 확대해 간접적으로 금리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빛은행은 내달 8일부터 개인신용대출 기준금리를 변동금리부로 바꿔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기준금리를 시장금리에 맞춰 연동시키는 개편작업을 진행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마지못해 일부 계층이나 특정 상품의 대출금리만 내리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기존 프라임레이트 제도를 개선해 금리를 내려야 전체 대출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금리정책의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