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및 장비산업이 위험하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중소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제때 결제받지 못한 데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자금인 경영안정자금이 바닥나면서 중소기업계의 돈줄이 갑자기 막혀 플라스틱금형을 비롯 반도체장비 건설장비 등 업종에서 부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지역에서 정보통신(IT) 분야의 경기가 하락하면서 컴퓨터부품 등의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어 관련 부품 및 장비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계속 줄어들던 부도율이 8월부터 다시 0.25%로 올라선데 이어 9월에는 0.35%를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들어 이달 23일까지 부도업체수가 4천개를 넘어서자 업계에서 연쇄부도의 회오리가 불어닥치는게 아닌가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 중계기 위성방송수신기 등을 만드는 중견 통신부품업체로 연간매출이 1천3백41억원(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흥창이 자금난으로 최근 최종부도를 냈고 굴지의 반도체장비업체가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이같은 우려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장비의 경우 매출격감으로 공장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불황을 겪고 있는 반도체소자업체들까지 긴급 대책마련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대기업들이 부품업체에 대해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기보다 어음으로 결제해줘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켰다. 중소기업청은 효성그룹의 경우 전체 납품대금의 96.7%를 어음으로 결제하고 동양그룹은 95.8%, 한화그룹은 94.5%를 어음으로 결제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어음을 받은 부품업체들은 이를 은행에서 할인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은행에서 할인받는 데도 담보나 신용보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묵은 관행이 부품업계를 연쇄부도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발을 묶어놔 부품업계는 갈수록 부도의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 컴퓨터.자동차.전자부품업체들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적인 컴퓨터 수요 감소로 파워서플라이 모니터 케이스 등을 만드는 부품업체들의 가동률이 55%선에 머물 정도여서 관련 부품산업의 기반자체가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벤처.중소기업 가운데 부품과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중 적어도 7천여개가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해 있어 부도업체수 증가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난달까지 월평균 4백개 안팎이던 부도업체수가 월 6백~7백개 수준으로 급증해 올해안에 5천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연쇄부도로 쓰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재정자금 특별배정에 의한 긴급자금지원을 비롯, 기술신보의 신용보증확대, 프라이머리CBO발행 확충 등 특별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