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의 헐값 매각 시비가 제기되면서 지난 98년과 작년에 매각된 기아자동차 및 삼성자동차의 경우가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은 주식인수자금 1조1천7백81억원을 포함,모두 7조6천억원을 들여 기아차를 인수했다. 르노가 삼성차를 살 때도 부채인수 외에 1억달러(1천1백억원)의 현금을 지불했다. 이에 비해 GM이 대우차 인수를 위해 갖고 들어오는 돈은 4억달러(약 5천2백억원)뿐이다. 대우차는 생산·영업능력은 물론 영업 가치의 가늠자가 되는 시장점유율에서도 기아와 삼성차를 앞선다는 평가여서 헐값매각 및 특혜 시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동차=대우자동차는 GM과 채권단이 각각 4억달러와 1억9천7백만달러씩 출자하는 신설법인을 만들어 이 법인이 기존 대우자동차의 현물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된다. GM 입장에서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당장 내놓는 현금은 4억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자산인수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입맛에 맞는' 물건만 선별적으로 인수했다. 채권단은 신설법인의 우선주 12억달러(약 1조5천6백억원) 어치를 대우차 부채(16조원) 대신 받게 되나 10년 후에나 신설법인이 되사는 조건이다. 물론 기업 가치가 오르고 영업이익이 발생한다는 전제조건에 따른 것이다. 이 기간 중 평균 배당률은 3.5%다. 결국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당장 들어오는 현금은 없고 오히려 신설법인에 1억9천7백만달러(약 2천5백61억원)를 내놓아야 한다. 부도가 나기 전 대우차는 최고 41%,평균 30%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은 지난 98년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사실상 약 7조6천억원에 인수했다. 부채 61%(7조3천8백94억원)를 탕감받고 기존 부채의 21%만큼은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며 18% 가량은 오는 2008년까지 3년거치 7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현대차 컨소시엄은 이미 90% 주식이 감자된 기아차에 대해 유상증자를 실시,증자 후 주식 전체의 51%에 대한 1조1천7백81억원의 주식 대금을 납입함으로써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분할 상환키로 한 △부채 18%(1조7천56억원)와 △기아·아시아의 법정관리 이후 발생한 공익채권 4조4천3백25억원 △법정관리 이전에 발생한 상거래 채권 3천5백11억원 등 모두 7조6천억원의 인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채권단은 유상증자 후 기아차의 지분이 40%가 됐고 이어 주식가격 상승에 따라 기아차에 대한 부채를 환수할 수 있었다. 기아차는 부도가 나기 전인 1996년 연간 78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28%를 기록했다. ◇삼성자동차=작년 4월 프랑스의 르노자동차는 삼성캐피탈 삼성카드 등과 합작법인(르노삼성자동차)을 설립해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모두 5억6천2백만달러(6천2백억원). 르노가 인수 당시 들인 돈은 현금 1억달러(1천1백억원)다. 나머지 4억6천2백만달러 가운데 2억1천1백만달러는 삼성차의 부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급키로 했으며 나머지 2억1천1백만달러는 영업이익의 10% 범위내에서 10년간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인수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재를 출연,2조4천억원의 삼성차 채무를 채권단에 갚아주기로 약속하고 비상장된 삼성생명 주식을 담보로 내놓았다. 매각 당시 삼성자동차는 SM5 단일 차종을 월 2천5백대 가량 생산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