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1일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9개 계열사 사장단토론회를 열고 미국 테러사태를 비롯한 최근 경영환경변화에 따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사장단과 삼성구조조정본부 임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 본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도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6시간 가까이 마라톤회의로 진행됐다. 사장단은 토론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영걸 교수를 초청해 기업의 위기사례 및 대응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듣고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 등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기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대응전략을 발표한뒤 분임토의를 통해 위기 대응방안을 심각하게 논의했다. 사장단은 이 자리에서 환경변화에 따른 위기, 경영오류에 의한 위기, 범죄.자연재해 등 돌발적인 위기, 해외진출시 현지의 법이나 문화.관습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위기 등 여러 유형의 위기사례와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토론했다. 삼성전자 윤부회장은 외국기업들도 여러가지 실패사례가 많은데 전자의 경우 해외진출이 특히 많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경우를 참고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배사장은 제로금리 상태인 일본의 생보사 8곳이 작년이 문을 닫은 사례를 들면서 국내에서도 초저금리가 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놓고 이미 발표한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해 상품과 자산운용의 구조조정 등 대응방안을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의 경우 중동지역 불안과 관련한 수출문제, 삼성종합화학은 환경관련 문제 등을 사례로 드는 등 토론회에서는 폭넓게 위기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삼성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위기의 징조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높이는 한편 시나리오 경영을 일상화함으로써 불확실한 환경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은 "기업 경영의 글로벌화.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위기의 규모가 날로 대형화되는 가운데 위기에 잘못 대응하면 세계 일류기업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현실을 감안해 미리부터 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 토론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 주요기업들도 해외의 관습과 전통 등을 잘 몰라 해외진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 것과 관련, 이건희 회장이 이에 대비할 것을 지시해 2개월 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토론회에서 KAIST 김교수는 일본계 타이어회사인 파이어스톤사가 작년에 제품결함 의혹을 은폐하다 결함을 인정하고 타이어 650만개의 리콜을 결정함으로써 3억5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사례를 비롯해 베어링은행의 도산사례, 일본 유키지루시유업의 식중독사고 등 해외기업이 겪었던 다양한 위기사례를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