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과 대우차 채권단대표인 산업은행은 장장11개월간 대우차 부평공장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두고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였다. GM은 작년 10월 채권단과 인수의향서를 체결한 뒤 올 5월말에서야 인수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느긋한 태도로 일관,정부와 채권단의 애를 태웠다. GM은 올 6월부터 홍콩 등지에서 채권단과 두차례의 실무협상을 가졌으나 양측은 부평공장 인수여부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당시 GM의 협상안은 부평공장을 인수할 경우 대우차의 부채를 상당 부분 탕감받는다는 조건이었다. 폴란드에 공장을 갖고 있는 GM으로서는 대우의 폴란드 FSO 공장을 인수할 경우 자칫 과잉 설비가 돼 이 공장의 처리 문제도 걸림돌이었다. 특히 GM은 대우차 부채를 상당 부분 탕감하거나 채권단의 신규 지원을 요구, 채권단이 이 문제로 상당히 고민을 거듭했다. 채권단은 또 부평공장 매각에 연연한 나머지 매각 대금이 '땡처리'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 가능성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GM과 채권단의 협상이 형태를 잡은 것은 양측이 양도·양수 조건의 대부분을 제시했던 지난 7월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부평공장 포함여부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 때문에 8월중순께에는 협상의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다. 이때 정부와 채권단은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대우차 매각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비상계획을 마련해둘 것이라는 발언을 잇따라 흘렸고 GM 이외의 자동차업체에 부평공장을 위탁경영케 하겠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채권단도 이에 발맞춰 인수포기의사를 밝힌 포드 등에 다시 인수의사를 타진해봤다는 후문도 흘러나와 GM을 압박했다. 양측은 결국 협상을 끌어봤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아래 9월부터 다시 의견조율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고 접점을 찾지 못하던 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혀나갔다. GM은 결국 우선주 12억달러를 10년후 채권단에 지급하고 향후 6년내 부평공장의 인수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요 매각 조건을 제시, 21일 채권단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