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을 끌어온 대우자동차 매각 성사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됐던 우리경제의 걸림돌이 제거되고 그간 추진됐던 대기업 구조조정이 완결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차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게 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격전장으로 변모하게 됐다. 국민 경제적 부담 최소화 =대우차 매각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 채권 금융기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우차 매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적 파장이 컸던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완결, 우리 경제는 그동안 가장 큰 짐으로 작용해 온 부실을 떨어내는 한편 다른 부문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업계 5각 체제로의 재편 =지난해 업체별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45.2%, 기아차 28.6%, 대우차 16.9%, 쌍용차 6.6%, 르노삼성차 1.9%였다. 올들어서는 한지붕 두가족인 현대.기아차가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GM의 한국 진출로 이런 구도는 2~3년 내에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기존 판매능력에 GM의 지명도가 더해지면 과거 대우차의 전성기 시절에 기록했던 점유율(승용차 기준) 33%를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GM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달성하기 위해 대우차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밝혀 대우차를 통한 강력한 판매 드라이브를 걸 방침임을 시사했다. GM이 우리 정부에 대우차 판매에 따른 특별소비세 감면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르노삼성도 공격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내년에 SM5 부분변경 모델과 소형차 SM3 출시를 통해 소형차와 중형차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현대 기아 GM-대우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GM의 진출로 르노와 닛산의 직접 진출도 빨라질 전망이어서 2~3년 내에 국내 3대 메이커로 발돋움하는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뿐 아니라 지금까지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 않은 일본 혼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의 폴크스바겐 등도 2~3년 내 직접 진출이 확실시된다. 자동차 판매시장의 혼선 예상 =GM은 세계적으로 직영망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자판을 인수하지 않은 것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결국 광역 딜러로 전환되는 대우자판은 생존을 위해 GM-대우차가 생산하는 차량은 물론 현대차 기아차 수입차까지 판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교차판매는 음성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GM의 딜러 제도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직영판매제도 자체의 붕괴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대응=현대 기아자동차는 일단 2~3년간은 시장 점유율 70%를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GM이 새로운 차종을 들여오기 위해 최소한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GM과 르노삼성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시장을 지켜내는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심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 경쟁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 강화를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다양한 금융프로그램을 개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김용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