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가 떠난 세계 최대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 11일 테러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떠올랐다. 인명이나 자산 등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항공엔진 보험 방송 등 20개 계열사의 4분의 1이 곤경에 처하는 등 테러 후폭풍이 강하게 덮치고 있다. 지난 7일 지휘봉을 잡은 제프리 이멜트 신임 회장이 취임 초부터 최악의 경영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GE 위기의 심각성은 주가 하락률이 말해준다. 4일간의 폐장끝에 월가가 다시 문을 연 17일 GE주가는 하루 만에 무려 11% 떨어졌다.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증시가 다소 안정세를 보인 18일도 3.7% 하락하는 등 이틀 동안 14.7% 하락했다. 미국 기업 중에서 최대를 자랑했던 시가총액(약 4천억달러)중 약 5백90억달러,우리 돈으로 따지면 76조원가량이 공중으로 날아간 것이다. 테러사건 이전에도 GE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어려워지고 있었다. 플라스틱과 장비 부문에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테러사건은 주력업종인 항공 보험 방송(NBC) 등에 직격탄을 발사했다. "완전히 봉변을 당했다(데이비드 브래트 스타인 로&판함투자회사의 머니매니저)"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항공엔진을 생산하고 항공기를 임대해주는 항공부문은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 1천3백억달러의 10%에 가까운 1백8억달러를 차지한 중추사업이다. 민간여객기 업체들이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 2백40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해 놓고 있으나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쟁업체인 제트엔진 메이커인 UTC는 4분기 이익을 당초 예상의 3분의 1 수준으로까지 내려잡고 있을 정도다. GE는 테러발생 이후 3일 만에 "올 3분기 4억달러의 손실 요인이 생김에 따라 주당 이익목표를 4센트 줄어든 33센트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부문과 NBC 등 일부 자회사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1만5천명가량의 인원 삭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수익전망치를 더욱 깎아내리고 있다. 웰치가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24%의 수익을 투자들에게 돌려줬고 26년 연속 수익증가를 기록하면서 1백50억달러이던 시장가치를 4천억달러로 키운 알짜 경영에 첫 위기가 닥친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금융부문인 GE캐피털.회사 전체 매출과 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최대의 비은행권 금융회사인 GE캐피털은 이번 금리인하로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테러사건 이후 신용거래를 까다롭게 하는 은행권 대신 적극적으로 기업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가 개장된 17일 20억달러어치의 1년짜리 채권을 발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멜트 회장은 18일로 예정됐던 투자자들과의 첫 상견례를 21일로 연기하는 등 대책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웰치의 그늘에서 벗어난 그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월가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