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인한 세계무역센터 붕괴는 금융회사들이 월가를 빠져 나가는 추세를 당분간 부추길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맨해튼의 미드타운을 영화회사들이 할리우드를 세웠듯이 금융가로 자리잡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이 16일 내다봤다. 이들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금융회사들이 과거처럼 한곳에 몰려있을 필요성은 떨어졌으나 업계정보 공유와 종사자간 교류를 위해서는 역시 권역을 형성하는 것이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테러 피해가 복구되면 맨해튼의 미드타운이 새 모습으로 단장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의중인 데이비드 베임은 "그간 맨해튼의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 회사들이 빠져나가는 추세였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맨해튼의 한곳에 모여 비즈니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곳이 지금과 같이 다운타운 지역일지,아니면 미드타운 일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중개회사인 D.G. 하트 어소시에이츠는 이번 테러로 맨해튼의 A급 임대 사무실 공간의 약 38%인 225만㎡가 파괴된 상태라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앞서 닷컴 열기가 식으면서 맨해튼 다운타운의 공실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렇지만 이로 인해 생긴 공간이 대형 금융회사들이 들어오기에는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다운타운을 벗어나 미드타운의 좀 더 큰 사무공간으로 옮기는 금융사들이 증가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형 금융회사들은 궁극적으로 맨해튼을 떠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티그룹 산하 자산관리회사와 AIG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사무 공간을 일단 인근 뉴저지로 옮기지만 맨해튼이 복구되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3년 세계무역센터가 폭탄 테러를 당했을 때도 이들 회사는 같은 조치를 취했다. 오펜하이머 펀드도 관리 파트를 덴버 본사로 옮기고 투자 부서는 뉴저지의 임시사무실로 옮기고 있다. 그러나 맨해튼 거점을 유지한다는 전략은 불변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존스 랑 라살의 우디 헬러는 "맨해튼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금융회사들이 돌아올 것"이라면서 "이곳이 비즈니스의 최고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비즈니스가 "특히 인간적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의 미국영업담당사장인 브루스 모슬러도 "맨해튼은 활력이 넘치는 곳"이라면서 "이곳에서 비즈니스의 창의력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뉴욕과 아메리칸 증시들이 자리잡고 있어 지난 60년대 컴퓨터 기술이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금융회사들에는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잡아야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후 넬슨 및 데이비드 록펠러 형제가 세계무역센터 건설을 주도해 이같은 활력을 확산시켰다. 모건 스탠리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으로 이주했으며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도 인근의 플래티론 지구로 거점을 옮겼다. `맨해튼의 건설적인 파괴: 1900-1940년'이란 책을 집필한 맥스 페이지는 이번 테러에도 불구하고 "뉴욕이 여전히 자본주의의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