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의 충격파로 국내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시장이 급속히 위축된 가운데 중동지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에 '2단계 동시 불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운이 감돌고 있는 중동 시장에서 국내 기업 주재원들이 철수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이 지역 바이어들도 예정된 구매상담회를 잇달아 취소하는 등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테러사건 여파로 11월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는 미국과 유럽지역의 '연말 특수'가 날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의 대미국 수출은 지난해(3백76억달러)보다 20% 이상 감소, 3백억달러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특히 컴퓨터.가전.의류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지난해보다 10∼20%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집트 주재 대림산업 및 SK상사 주재원들은 본사 지시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비한 철수계획을 마련해 놓았으며, 삼성물산 카라치(파키스탄) 주재 지점장은 오는 19일 철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내달 개최할 서울 수출상담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중동지역 10개사 가운데 3개사가 방한을 취소했다. 산자부는 미 테러 참사로 인한 수출 차질을 막기 위해 업종별.품목별 상시 수출점검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 차질을 막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특례보증한도도 늘리기로 했다. 19일에는 김대중 대통령 주재의 수출업계 CEO(최고경영자) 오찬간담회를 열어 수출 애로점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일본 등의 부진을 만회할 유망시장으로 꼽았던 중동.중남미.중국 등 '3중시장'마저 침체가 가속화되면 더이상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플랜트 등 전략 품목의 조기 수주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김수언.강동균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