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비상 경제운용계획' 방침에 따른 구체적인 시행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당초 2003년으로 잡았던 '균형재정달성' 목표를 늦추면서까지 경기부양을 시도한다는 게 골자다. 김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 및 경제단체장 합동 간담회에서 "경제팀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라"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증시 및 경제활력의 조속한 회복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 민.관합동의 공동 비상대책반을 만들어 가동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경기불안 조기 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경제팀장인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김 대통령의 이같은 지침에 대한 '답'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진 부총리는 이날 오후 K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라디오 정보센터 박찬숙입니다'에 출연, 국채 추가발행 여부에 대해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고용·실업문제가 대두되고 문제가 없는 기업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건전재정 복귀방침만 고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진 부총리는 또 "지금은 (정부가 연초 마련한) 비상계획 3단계를 넘어서는 비상 상황"이라며 "늦어도 내주 말까지 비상대응 조치안을 만들어 정치권과 협의할 계획임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현재 시장 자체에는 불안요인이 없는 데다 관련당국이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전면전이 발생하면 문제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3차 공적자금을 조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성계획은 없다"면서도 "기존 채권의 상환기간을 연장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부총리는 이에 앞서 열린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 및 경제단체장 합동간담회에서 '미 테러사태에 따른 경제부문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응방안은 △종합대책(재정지출 확대 등) △금융.외환시장 대책(총액대출한도 증액, 유동성 트란셰 활용 등) △수출.원유수급대책(석유 수급조정명령권 발동) 등으로 구성됐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 [ 정부 비상대책 내용 ] 수출지원강화 -한은 총액대출 한도 확대 -D/A 매입한도 확대 -현지금융에 대한 본사 지급보증 투자촉진 -충분한 유동성공급 -금리추가 인하 -기업규제 대폭 완화 재정지출 확대 -추경예산 조속히 집행 -경기진작 거두도록 내년 예산안 편성 -2차 추경예산 편성 추진 원유수급 및 물가대책 -사태악화시 정부비축유 방출 및 수급조정 명령권 발동 -유가에 붙는 교통세.특소세 인하 및 수입부과금 유예 [ 경제단체장 합동결의문 ] -생산활동과 수출증진에 전념해 위기극복에 앞장선다.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체질 개선에 매진한다. -첨단기술의 개발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에 한층 노력한다. -열린 경영을 통해 합리적인 노사관계 형성에 힘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