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빨라야 14일(현지시간) 개장될 예정이다. 관심사는 개장후 주가의 방향. 11일 테러직후에는 '폭락'을 점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럽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는등 다소 안정세를 보이자 서서히 다른 견해들도 나오고 있다. 월가에 나도는 네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 비관론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경기후퇴기로 들어간다) =이번 공습은 이미 약화될 대로 약화된 주식시장과 경제를 경기후퇴로 몰고가기에 충분하다는 견해. 투자자들이 위험한 주식을 팔고 안전한 현금이나 정부채권을 살 것이란 전망이다. 경영자들도 기술분야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삭감할 것이다. 특히 테러에 놀란 일반인들이 소비를 크게 줄일 것이다. 컨설팅회사인 마켓히스토리닷컴의 기븐스 버크 사장은 "이번 테러는 주식시장을 매우 위험하게 만들었다"며 "이미 매도를 생각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확실히 증시를 떠날 때를 찾은 셈"이라고 말한다. ◇ 온건론 (단기적으로 떨어지겠만 조만간 회복된다) =투자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악재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혼란'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볼링거자산관리회사의 존 볼링거 사장은 "정치적 재앙이 반드시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걸프전때나 오클라호마시 청사폭발사고 때도 금융재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경제적인 패닉을 가져온 적은 없었다. 진주만공습에서 오클라호마시 청사폭발까지 여섯번의 주요 미국 시설물에 대한 폭격이 있었던 다음날 다우지수는 평균 2% 하락하는데 그쳤다. 그중 네번은 폭격이후 한달간 다우지수가 상승세를 보였다. ◇ 차별론 (종목별로 주가움직임이 크게 차이난다) =테러사태로 인한 타격정도에 따라 주가움직임이 엇갈릴 것이란 이론. 예를 들어 가장 큰 피해자일 것으로 여겨지는 보험산업의 경우 주가가 폭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광산업 항공산업등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패닉이 확산되면 주택 금융주식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이나 보잉같은 방위산업 주식이나 에너지관련 주식은 강세를 보일 전망. 의회지도자들이 행정부의 방위비지출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낙관론 (주가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주식시장이 3~4일간 폐장되기 때문에 대재앙에 따른 조건반사적인 매도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던비간 어소시에이트의 애널리스트인 A C 무어는 "모두가 놀란건 사실이지만 증시 폐장기간이 길어 다시 개장하면 의외로 조용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당분간 주식을 팔 계획이 없다"며 "1929년 대공황때도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