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연구팀이 전세계에서 가장 집적도가 높은 나노선 다발을 개발한 것은 우리나라도 특정 나노 분야에서 선진국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안정적인 나노선 배열을 만드는 것은 지금까지 나노기술계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팬티엄칩보다 1백만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미세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나노기술의 활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회로의 집적도를 높여야 반도체의 소형화와 초고성능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1나노미터보다 훨씬 작은 0.4나노미티 크기의 안정적 나노선을 구현한 이번 성과는 향후 반도체 기술 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원자 두 개 정도 크기의 나노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양자역학 등 원자나 분자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의미있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전반적 나노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이미 지난 80년대 초부터 나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늦은 90년대 중반부터 나노기술 연구를 본격화한 데 다 인력과 장비도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세계기술 평가센터(WTEC)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 수준은 선진국의 25%에 불과하다. 현재 반도체 분야에서 인텔은 게이트 길이가 20나노 정도인 소자를 개발했다. 20나노급 소자는 최근 출시된 2㎓급 중앙처리장치(CPU)보다 10배 정도 속도가 빠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IST) 연구진이 50나노미터급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이는 인텔에 비해 2∼3년 뒤처진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나노바이오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인력이 태부족인 상태인 데 다 아직까지 뚜렷한 연구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양자점을 이용해 10분 이내에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 크게 뒤처진 셈이다. 그러나 삼성종합기술원에서는 탄소나노튜브로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만들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룡 교수도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휴대전화나 휴대용 PC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초미세 연료전지의 핵심 물질을 개발하는 등 나노소자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왔다. 정부도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을 출범시키는 등 반도체 소자 분야에서 만큼은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집중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포항공대의 연구 결과는 물론 나노소자와 관련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상용화된 나노 제품은 하드디스크의 거대저항헤드(GMR)와 터널저항헤드(TMR),자외선 차단 화장품,촉매제 등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 안에 기술발전으로 새로운 소재 등이 잇따라 개발돼 현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