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 칼리 피오리나 회장에게 건 베팅(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까'. 휴렛팩커드(HP)의 컴팩컴퓨터 인수는 1999년 HP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된 이후 개혁을 주도해 온 피오리나(46) 회장에게 양사의 이사진이 베팅을 한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피오리나 회장은 '뉴HP(HP+컴팩)'의 CEO 겸 회장직을 맡는다. 지난 4일 합병 발표를 위해 마이클 카펠라스(46) 컴팩 회장과 함께 뉴욕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피오리나 회장은 당당했다. "통합작업은 힘들고 복잡할 것이다.1만5천명의 감원이 예상된다.하지만 더 강해진 경쟁력으로 IBM 등 경쟁사들과 맞붙을 수 있게 됐다"며 컴팩 인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서류상으로 모든 것이 좋아 보여도 잘못된 결합으로는 아무 것도 이뤄낼 수 없다"고 역설,승부수의 성공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임도 인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HP와 컴팩 주가는 각각 18.7%,10.3% 폭락했다. 반면 '뉴HP'의 경쟁사인 델컴퓨터의 주가는 8%,IBM과 썬마이크로시스템스는 3%씩 올랐다. 양사의 주가 폭락은 무엇보다 올해 세계 PC 판매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최악의 상황이어서 통합 효과가 의문시되기 때문이란 게 월가의 분석이다. 유럽연합(EU)과 미 당국이 독점 혐의로 양사의 결합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양사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오랜 기간 경쟁 관계였던 HP와 컴팩의 이질적인 문화를 통합하는 것과 함께 합병에 따른 독점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피오리나 회장이 뚫어야 할 난관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