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 시장에 요즘 새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전자책은 기존 종이책을 대체해 "황금알을 낳는"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전자책 산업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런 전자책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이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선보이게 됐기 때문. 전용 단말기의 부재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 한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그런 전용 단말기가 최근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리서치회사인 포레스터는 오는 2005년에 전자책 관련 매출이 전세계적으로 7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박"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자책에 대해 살펴보자. 전자책이란=전자책 즉 "eBooK"은 "Electronic book"의 줄임말이다. 다운로드받거나 CD롬 혹은 롬팩(ROM-pack)에 담긴 전자책 파일을 단말기나 컴퓨터를 통해 읽는 것을 말한다. 단말기나 파일만을 각각 전자책으로 정의내리는 경우도 있다. 전자책의 장.단점=전자책의 장점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종이책을 제작하는 비용을 줄여준다(경제성). 수십권의 책을 한꺼번에 단말기에 다운로드받아 갖고 다닐 수 있다(휴대성). 글자크기 조절은 물론 내용 검색도 가능하다(편의성). 단순한 독서를 뛰어넘어 보고 들을 수 있다. 가령 베토벤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멀티미디어성). 종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삼림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환경친화성). 단점은 4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전자북은 해킹당할 위험이 있다(저작권 보호가 힘듬). 업체들마다 독자적인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아직 통일된 규격이 없다(표준화가 어려움). 아무래도 종이책보다는 독자들에게 잘 읽혀지지 않는다(가독성이 떨어짐).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가격이 비싸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싸다고 주장하기 힘들다(단말기 가격이 비쌈). 국내 전자책 시장현황=전자책은 전자편집을 거친 특수 포맷의 디지털 파일. 따라서 전자책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즉 "뷰어(Viewer)"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뷰어가 현재 설치될 수 있는 곳은 PC말고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면서 볼 수 있다는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이 그대로 묻혀버리고 만 것. 개인휴대단말기(PDA)등이 전자책 단말기 기능 조금씩 대신했지만 완벽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서도 전자책 전용 단말기 시대가 열리게 됐다. 벤처기업인 한국전자북(대표 최영찬)이 개발한 전자책 단말기 "하이북"이 최근 시판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전용 단말기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PDA와 치열한 시장 다툼이 예상된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출시가 늦어지면서 부분적인 전자책 단말기 기능을 갖춘 PDA가 이미 많이 보급되었기 때문. 그러나 전자책 업계에서는 "PDA 스크린은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데 불편하게 만들어졌고 전자책 단말기는 책갈피 메모 밑줄긋기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어 분명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전문가들은 전자책 솔루션 및 단말기 개발업체들이 "물리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자책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종이책에 뒤지지 않는 해상도에 더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 멀티미디어 저작 솔루션 개발에 힘쓰는 것도 필요하다. 텍스트와 그림,음악,동영상 등을 편리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도 빠뜨릴 수 없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들은 출판사 등과의 제휴를 통해 문화사업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 전자책은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문화 인프라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또 소비자들에게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온라인 다운로드보다는 CD롬이나 롬팩 형태의 전자책을 추구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