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들의 의견을 취합, 31일 발표한 워크아웃기업 처리방향은 "단계적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조기 정리라는 정부 방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청산대상은 법인형태만 남아 있는 대우 2개사에 불과했다. 이번 2차 처리에선 법정관리 신청기업이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대해 채권은행들은 최대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일정조건을 달아서라도 워크아웃을 계속 추진하거나 분할 매각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도 이같은 은행측 입장을 최대한 수용했다. 되도록이면 문제 기업에 대해 올 연말까진 법정관리 등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채권회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실기업 처리의 지연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정부 의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말까지 시간을 벌자 =35개 워크아웃 기업중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 2개사는 조기졸업 방침이 정해졌다. 신동방 동화면세점 신원 삼표산업 대현 등 5곳은 이달중 자율추진방식으로 조기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또 남광토건 신동방 등은 올 하반기중 자율추진방식으로 바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문제는 청산대상을 뺀 14개 정리대상 기업이다. 이들 기업중 세풍 쌍용건설 갑을 고합 신호제지 동국무역 등 6곳은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한과 새한미디어 충남방적 신우 미주제강 한창 남선알미늄 등 7개 기업도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까먹고 있다. 총자본과 영업이익, 경상이익이 모두 마이너스상태인 신호제지에 대해서도 사업부 매각방식으로 적용하는 정리시기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문종진 금감원 신용분석1팀장은 "채권은행들은 연말까지 채권회수가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본다는 의미"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문제는 역시 대우 계열사 =지난 99년 8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2년만에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부품이 법정관리와 매각을 통해, 대우조선과 대우종합기계는 조기졸업을 통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게 됐다. 관심을 끌었던 곳은 대우통신 오리온전기 대우전자 대우캐피탈 등이다. 대우통신의 경우 연말까지 충남 보령의 오토미션(자동차부품)공장이 매각될 예정이다. 오리온전기와 대우캐피탈은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오리온전기는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CRV 추진이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전자도 출자전환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꾀한 다음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 강제적 정리절차 강구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발표 직전까지 문제기업 처리방식을 놓고 논란을 거듭했다. 결국 시간을 두고 채권회수를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가 실패하면 예외없이 법정관리나 채권회수가 가능한 강제적 방법을 동원하겠다는게 당국의 입장이다. 채권단은 정리방안이 실패하거나 실적부진으로 워크아웃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될 때는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다. 또 채권단간 이견으로 CRV로 넘기는게 힘들어지면 자산을 매각,유동화하거나 채권단이 나서 부동산을 공매할 방침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