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올들어 75% 안팎에서 움직이던 평균가동률이 지난 7월 71%로 급락한데다 내수 소비마저 위축됨에 따라 최악의 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에 이어 내수시장까지 무너지면 기업활동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실업자가 급증하는 불황 도미노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물론 7월 한달동안의 수치만으로 경기가 완전히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외 여건마저 악화일로여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로 추락할 공산이 커졌다. 생산 =반도체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한정됐던 경기침체가 다른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7월중 13.2%, 섬유제품은 11.9% 감소했다. 회로차단기 광섬유케이블 등의 기타 전기기계제품도 15,3%나 줄었다. 내수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다. 7월중 산업생산은 5.9% 감소했다. 반도체를 뺀 산업생산도 2.5%나 줄었다. "반도체를 빼면 괜찮다"는 말도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직전달과 비교한 산업생산에서도 지속적인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7월중 산업생산은 지난 6월에 비해 1.4% 줄었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절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통상적으로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두번 연속 마이너스를 보일 경우 불황(Recession)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8,9월 두달이 남아 있으나 우리나라도 2.4분기와 3.4분기 연속해서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월중 71%로 전달에 비해 3.1%포인트 급락했다. 국내 생산설비중 29%를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보통 79~80% 수준이다. 평균가동률이 84~85%로 높아질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과열 국면, 74~75%로 떨어질 경우에는 침체 국면이라 부른다. 가동률이 70~71% 이하로 떨어지면 본격적인 불황이다. 이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2000년 4.4분기(75%)부터 침체가 시작됐고 올해 들어서도 74~75% 수준에 머물렀다. 7월중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1%로 급락한 것은 경제가 불황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신호다. 아직 3.4분기 성장률을 예단할 수 없지만 추세상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투자 =7월중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3% 감소했다. 지난해 11월이후 9개월째 연속 마이너스다. 특히 제조업의 설비 투자가 41.7%나 줄어들어 우리 경제의 잠재능력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마이너스 77.9%) 영상음향통신(마이너스 62.7%) 자동차(마이너스 9.8)에서 투자 감소가 컸다. 반면 비제조업인 운수창고통신업(18.5%) 도.소매업(21.0%) 건설업(9.4%)에서는 설비 투자가 늘었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는 컴퓨터 자동차 특수산업용기계 사무용기계 등의 판매 감소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자본재 수입도 덩달아 줄었다. 특수산업용기계 정밀측정제어기계 통신기계 등 기계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계 수주액은 11.8% 감소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선박용엔진 컴퓨터 도로주행차량 등의 발주 물량이 줄어 수주액이 19.5% 감소했지만 공공 부문에서 1백10%가 증가해 낙폭을 줄였다. 한국전력이 증기터빈을 발주하고 공공운수업에서 도로주행차량을 대량으로 발주한 덕분이다. 소비 =수출 격감 속에서도 그럭저럭 버텨왔던 내수시장이 무너질 조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내수소비 증가율이 뚝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직전 달과 비교한 증감률도 마이너스다. 7월중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증가했다. 지난 2.4분기 도.소매 판매 증가율 4.4%에 비하면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다. 직전 달인 6월과 비교해서는 1.1% 감소했다. 추세선이 꺾인 만큼 멀지 않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 소비가 줄어든 대표적 품목은 자동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나 감소했다. 내구재로 분류되는 자동차 구입이 줄어든 것은 가계의 소비심리가 그만큼 위축됐다는 반증이다. 룸에어콘(마이너스 34.9%) 목재책상(마이너스 37.4%) 가정용선풍기(마이너스 24.5%) 등 다른 내구제품도 소비가 감소했다. 보조금 지급 중단을 앞두고 판매가 급증했던 휴대폰(1백1.9%)과 정수기(32.9%)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구재 소비가 감소했거나 비슷한 정도였다. 비내구 소비재에서는 메리야스외의(마이너스 78.4%) 남녀기성복(마이너스 15.8) 담배(마이너스 23.6%)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늘어난 품목은 서적(35.3%) 의약품(4.4%) 휘발류(11.5%) 정도였다. 전망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奮求? 앞으로 한 달이 남아 있으나 경기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 2.7%보다 훨씬 나빠지는 것은 분명해졌고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생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안팎이다. 산업생산활동 위축은 경제 성장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희망했던 3.4분기 경제성장률 4% 달성은 불가능해졌다. 연말까지 추경예산이 집행되더라도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