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시행될 주유소 복수 폴사인(상표표시)제는 소비자들에게 유류 선택권을 넓혀주고 석유 유통질서를 시장자율에 맡기는것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 제도 시행으로 지난 92년 4월 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석유제품 품질보증을 위해 도입된 단수폴사인제는 9년여만에 막을 내리고 보다 자율적인 사적계약 방식의석유 유통시장이 새로 형성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지난 4월 '석유판매업의 공급자 표시에 관한 고시'를 개정, 다음달부터 한 주유소가 여러 정유사 또는 수입사 유류제품을 동시에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어 산업자원부도 최근 석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 이 제도 도입을 법적으로 뒷받침했으며 제도시행에 필요한 구체적 보완책도 마련해 29일 발표했다. 복수폴사인제가 도입되면 일단 석유제품 공급자들의 가격 경쟁이 현재보다 훨씬 치열해져 유류의 소비자 가격이 다소 인하되고 주유소의 대정유사 협상력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덤핑유가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라 공개시장으로 양성화돼 석유류 유통시장의 투명성이 지금보다 훨씬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유사와 주유소, 정부, 소비자단체 등은 복수폴사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전망을 내놓고 있어 시행후 상당기간 혼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예상된다. 복수폴사인제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과 영향 등에 대해 정리해 본다. ◇정유사 = SK㈜,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 등 메이저 정유사들은 아직도 이 제도의 시행을 못마땅해 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새 제도가 겉으로는 소비자들의 유류상품 선택권 확대와 유통질서 확립을 목표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경기침체와 고유가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사들의 경영난을 부채질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복수폴사인제 시행에 필요한 폴사인 및 주유기 설치방법 등에 대한 산업자원부의 고시가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한 주유소가 두개 이상의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으면 각 사의 회원카드를 통해 적용되는 마일리지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며 덤핑유나 무상표 저질 유류의 유통이 확산돼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입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또 이 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춰 왔던 영업전략을 '수익성 제고'쪽으로 전환, 직영주유소든 계열 자영주유소든 실제 판매액과 자사에의 기여도, 충성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낮은 S-Oil이나 완제품 석유류 수입사들은 이 제도가 자사제품의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 주유소 = 전국 1만400여개 주유소들의 모임인 한국주유소협회는 복수폴사인제가 시행되면 주유소들의 대정유사 협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정유사들에 시설자금을 빌려쓴 주유소의 경우 수모에 가까울 정도의 불공정 계약과 정유사들의 횡포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 제도로 주유소의 대정유사 협상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측은 그러나 복수폴사인을 시행할 수 있는 주유소는 충분한 자금력과 함께 최소한 350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이같은 여건을 갖춘 주유소는 전체의 약 20-30%(정유사는 3%로 추정)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자금력이 미약한 주유소는 문을 닫거나 대형 주유소에 흡수통합되는 사례가 많아 전체 주유소 수는 오히려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복수 폴사인제가 도입되더라도 한 주유소가 휘발유만 복수사 제품을 취급하고 현재 크게 남아도는 등.경유는 할인된 특정 정유사 또는 무상표 제품을 판매하는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정부 = 산업자원부와 공정위는 소비자주권 보호와 석유류 유통질서 확립을위해 이 제도의 도입을 결정했으며 제도시행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은 석유 공급사와주유소가 '사적 자율계약'에 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복수사 제품판매에 따른 소비자들의 혼란과 품질미달 제품의 유통을 막기위해 석유 저장시설과 주유기 설치방법에 관한 시행령을 마련, 주유소별로 상표별저장시설과 주유기를 따로 설치하도록 결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제재조항도 마련했다. ◇ 소비자 단체 = 소비자단체들은 유류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공급자간 경쟁이 가열돼 가격인하가 촉진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제도 시행을 일단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폴사인과 다른 회사 제품이나 덤핑유, 품질 기준미달 제품 등이 유통될 소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엄격한 행정단속이 필요하募?점을 강조하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유택형기자 apex20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