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30일 정례 이사회를 열 예정이어서 ECB의 금리인하 여부에 세계금융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조짐, 미국 및 영국의 잇따른 금리인하 등으로 인해 EC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로 가입 12개국의 중앙은행격인 ECB의 기준금리인 리파이낸싱금리는 현재 4.5%로 ECB는 역내 경기침체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시장의 금리인하 압력을 줄곧 거부하다 올들어 단 한차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올들어 7차례, 영국이 4차례 금리를 인하한 것과 매우 대조적인 것이다. 그러나 ECB가 이번에 금리를 인하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ECB는 최대 정책목표를 물가안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나 영국중앙은행은 성장과 안정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반면 유로권 12개국의 경우 개별 회원국들이 성장정책을 담당하고 ECB는 설립조약상 역내 물가안정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있어 물가를 최우선시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ECB가 이번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 요인으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기류 및 EU 역내 경기둔화 장기화 조짐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물가안정 징후 등이 꼽히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진 데 이어 서유럽에도 이탈리아, 독일 등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내지 후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6월까지 연속 3개월 동안 경기가 후퇴했으며 유럽경제의 '기관차'인 독일 역시 경기침체 징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2.8%로 오름세가 한풀 꺾인 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리유지 요인 역시 만만치 않다. ECB 금리 정책의 최대 변수인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ECB의 연간 억제목표선인 2.0%를 훨씬 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역시 침체 우려가 크긴 하나 독일 산업신뢰도가 최근에 상승하는 등 경기지표가 엇갈리고 있는 것도 ECB의 금리인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EU 일각에서는 경기 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유럽 금융전문가들은 ECB의 금리인하 여부를 분명하게 전망하기 어려운 가운데 "ECB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그것은 ECB가 현재의 경기둔화 양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평가하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