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내놓은 은행법 개정안은 내국인의 은행주식 소유한도를 외국인과 동일하게 10%로 올려주되 산업자본은 종전과 같이 4%로 묶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은행주 소유한도규정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막기 위한 것인 만큼 산업자본 이외의 내국인은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측 명분. 내년 하반기부터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매각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원매자 수를 늘려 놓아야 한다는 현실적 계산도 법개정의 배경이 됐다. ◇ 달라지는 은행주식 소유제한 =4%에서 10%로 확대된다. 그러나 산업자본은 계속 4%로 규제된다. 다만 산업자본이 2년 이내에 비산업자본으로 전환하겠다는 이행계획을 금감위에 제출해 승인받으면 예외로 인정해 준다. 산업자본이란 △비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이 25% 이상(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이 75% 미만)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총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인 그룹을 말한다. 따라서 은행 소유를 위해 비산업자본으로 전환하려는 그룹은 계열사 처분, 계열분리 등을 통해 이 두가지 조항을 해소해야 한다. ◇ 은행 소유 가능한 비산업그룹 =교보와 대신증권이 비산업자본의 대표주자다. 교보는 생명 증권 투신 등 금융 3사의 자기자본비중이 96.7%에 달하고 비금융회사(교보 문고.정보통신.실업 등 3개사)의 총자산합계액이 9백억원에 불과하다. 대신은 대신증권.생명.팩토링.투신운용 등 4개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이 92.6%이고 비금융회사(대신통상.공업.금속 등 11개 계열사)의 총자산합계는 3천억원이다. 지분을 10%까지 취득하는데 교보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신은 결격사유가 있다. 계열사인 대신생명이 퇴출됐기 때문에 10% 취득시 충족해야할 요건 중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부실책임주주가 아닐 것'을 위반한 상태다. ◇ 산업자본중 은행 소유 가능성 있는 그룹 =50대 그룹중 마음만 먹으면 산업자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으로는 동원그룹이 가장 먼저 꼽힌다. 동원건설.경제연구소.산업.정밀.F&B.냉동식품 이스텔시스템즈 청도동원식품유한공사 등 8개 비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이 30%이고 총자산합계액은 1조원대다. 자기자본비중을 5%포인트만 낮추면 산업자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융회사로는 동원상호신용금고.증권.창업투자.투신운용·파이낸스 5개사가 있다. 다음으로는 쌍용그룹이 꼽힌다. 금융회사가 2개(쌍용캐피탈.화재)뿐인 반면 비금융회사가 18개에 달하지만 비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은 30%밖에 안된다. 동원과 같은 처지. 그러나 비금융회사의 자산합계액이 8조8천4백8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 등 8개 비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중이 43.8%이고 비금융회사의 총자산합계가 2조7천억원이다. 자본총액이 5천30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덩치가 가장 큰 동양메이저를 떼낼 경우 산업자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융회사로는 동양생명보험.선물.오리온투자신탁증권.종합금융.증권.창업투자.카드.캐피탈.투신운용 등 9개사가 있다. 결국 은행주 소유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당장 대주주가 되기 위해 은행주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