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경제분야 갈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정치분야 마찰음이 경제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첨예한 견해차만 부각되는,소위 '현안'들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민간분야의 이해 대립이 정부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특히 우려할 만하다.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 하이닉스반도체 =한.미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의 사활을 건 반도체 싸움이 정부간 갈등으로 이미 번진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가 직접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측 입장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금융업계까지 가세하고 있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동일한 행동보조를 취하는 미국 금융계의 속성으로 볼 때 분쟁은 장기화, 광역화할 가능성이 크다. ◇ 자동차 수입 압력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자동차 수입(1만1천여대)이 지나치게 적다는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 수입이 2천5백대에 불과한 것은 한국 정부가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증거라는 것이 미국측 주장이다. 수입차 관세율(8%)이 EU(유럽연합)나 일본보다 낮은 것 등에 대해 미국은 전혀 납득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입차 택시 도입, 경찰 순찰차의 외제차 대체 등의 방안을 짜내고 있지만 미국은 '결과적인 수치'로 보여달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 철강 분야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위한 산업피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EU 일본 등과 함께 "세계 철강교역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항의했지만 미국의 조사 강행 의지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정부는 한국산 철강제품에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지난해 10억달러를 넘어섰던 대미 수출액이 30%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반덤핑 =지난 98년 '한.미 자동차 협상'이 타결된 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한.미 통상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부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건수는 지난해 말 19건에서 7월말 현재 22건으로 늘어 전체 증가건수(10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 기타 현안 =AIG의 현대투신 인수 문제,GM의 대우자동차 인수협상도 갈등을 빚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직은 업계차원의 논란에 그치고 있지만 진행경과에 따라서는 정부 차원의 개입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S&P의 신용등급 조사는 미국 조야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반도정세 등 소위 컨트리 리스크를 S&P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 해법 =강문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은 "최근 한·미 통상이슈에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많이 개입되고 있다"며 "그만큼 문제 해결이 쉽지 않고 우리 정부로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것이 확실한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 역시 "최근 한미간 경제분야 갈등은 경제보다 정치적 의미를 상당히 함축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대책 역시 이를 고려한 종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