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우뚝 솟은 초대형 빌딩인 서울파이낸스센터가 외국계 금융회사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였던 1998년 입주 예정이었던 동화은행의 퇴출여파로 소유주가 부도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그 곳이 이젠 IMF 조기졸업의 상징이 되었다. 정장 유니폼 차림의 도어맨(doorman)이 정문에서 안내하고 발레파킹(valet parking)서비스체제를 갖춘 특급 호텔수준의 분위기와 설비만이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자랑거리는 아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이들 기업들간의 코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정보 교환뿐만 아니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시너지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입주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말한다. 물론 지하 8층,지상 30층에 연건평 3만6천5백평인 초대형 빌딩이 이처럼 국제금융의 메카로 부상하기까지 적지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엠파이어호텔 자리였던 이 곳의 소유주는 유진관광에서 롯데관광그룹으로 바뀌었고 IMF(국제통화기금)한파로 워크아웃대상으로 전락했었다. 지난해 4월 싱가포르투자청이 이를 인수하고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빌딩운영이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 95년 11월 서울파이낸스센터로 빌딩 이름을 정한 후 5년이 흐른 지난해 7월에서야 건물사용 허가를 받게 됐고 올 6월 준공식을 가졌다. 현재까지 이곳에 입주한 회사는 모두 40여개사. 이중 절반인 20여개사가 외국 금융사다. 메릴린치증권을 비롯해 미국의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월버그핀커스,영국계 바클리은행 슈로더와 토론토도미니언은행 등이 모여 있다. 또 매킨지 딜로이트컨설팅 언스트&영 등 외국 컨설팅사들도 들어왔다. 조만간 외국은행 3곳과 증권사 2곳,외국 대사관 등도 입주할 계획이다. 서울파이낸스센터가 외국 금융사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호텔 못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 때문. 실제 7층에 있는 4백평 규모의 컨벤션센터나 21층의 비즈니스센터는 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의 반문열 한국대표는 "호텔급 빌딩 시설과 분위기가 회사 이미지와 맞아 사무실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 빌딩을 관리하는 코리아에셋 어드바이저스(KAA)는 그런 입주사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리츠칼튼호텔 출신의 관리담당자를 영입했다. 또 외국 금융사들이 주로 입주하다 보니 정보교환이나 협력관계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이를 위해 KAA는 입주사 대표들을 모아 골프대회를 열기도 한다. "첨단 통신.전기 설비와 철저한 정보보안.안전시설도 만족스럽다"는 게 월버그핀커스사 관계자의 평가다. 철저한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임대료가 국내 최고 수준인데도 외국 금융사들이 앞다퉈 이 빌딩을 찾는다. 한 눈에 경복궁과 청와대 경내가 보이는 28층과 29층을 쓰는 메릴린치는 보증금 20억원에 월 임대료만 2억원씩을 내고 있다. 평균 임대료도 평당 보증금 90만원에 월 9만원으로 서울강북권에선 가장 비싸다. 오는 10월말께 오픈할 예정인 지하 1~3층 아케이드엔 골프 에어로빅 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는 헬스클럽과 고급 레스토랑,바(Bar)등이 들어올 예정. KAA의 전경돈 마케팅팀장은 "입주한 외국사 직원들이 대부분 고액 연봉자이기 때문에 레스토랑도 최고급만 유치했다"며 "총 5천6백평에 달하는 아케이드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광화문에서도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기존에 외국 금융사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교보빌딩 영풍빌딩 흥국생명빌딩에 이어 서울파이낸스센터에까지 외국 금융사들이 가득 들어 참에 따라 광화문 네거리는 한국의 또다른 "월스트리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