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 길목에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채권단 지원 방안에 미국 정부와 업계가 시비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채권 중도상환을 요구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때문에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과연 실행될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회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어떤 방법으로든 확실히 살린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채권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채권단은 안팎의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이번주중 채권은행장 회의를 열어 3조원 출자전환 등 당초 지원 방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계획이다. ◇ 디폴트 선언되면 =외국계 은행들이 최근 중도상환을 요구한 4천6백만달러(한화 약 6백억원)가 디폴트 선언된 다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다른 외화채권들의 '연쇄 부도'. 상당수 외화채권들은 다른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디폴트(cross default)가 선언되도록 돼 있다. 그 경우 하이닉스의 대외신인도는 땅에 떨어지고 이는 영업활동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해외채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말 하이닉스의 외화채권은 총 1조4천5백76억원. 그러나 이중 90% 이상을 국내 채권단이 갖고 있다. 해외 채권단 몫은 1천4백23억원 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은행들의 무리한 디폴트 위협이 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의 '전방위 압박'중 하나라는 점에서 하이닉스와 채권단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채권단 지원 성사될까 =해외로부터의 각종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성사될지도 변수다. 채권은행들은 일단 3조원의 출자전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 상태. 그러나 외국 투자자 등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 희석효과 등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런 외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출자전환할 방침이다. 하이닉스에 대한 출자전환액 3조원 중 실제 주식으론 1조원만 바꾸고 나머지 2조원은 전환사채(CB) 형태로 보유한다는 것. 또 출자전환 전에 기존 주주에게 최대 1조5천억원까지 시가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CB를 갖더라도 3년 뒤 만기 때 전액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을 달면 자본으로 인정받아 출자전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지원 의지엔 변함없어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지원은 우리의 권리"라고 말했다. 지금 하이닉스를 포기하기보다는 지원해 살리는게 채권을 보전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언론이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원을 한국 정부와 연결시키는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권은행 일각에선 만에 하나 안팎의 변수로 채권단 지원이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해서라도 하이닉스를 확실히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